"국내파 음악인 양성 시스템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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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교수.연주자.가정주부로 1인 3역을 하느라 힘들었어요. 애들 뒷바라지도 하고 사회봉사 활동도 할 계획입니다."

오는 8월 정년 퇴임을 앞둔 피아니스트 한옥수(韓鈺洙.65.사진) 단국대 교수는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운 표정이다. 1995년 제1회 한.로만손 국제 피아노 콩쿠르 조직위원장을 맡아 세계적 수준의 음악 콩쿠르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재정난으로 중단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신시내티.프로코피예프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을 역임한 그는 현재 유네스코 산하의 국제음악콩쿠르연맹 이사로 활동 중이다.

"외국 유학을 하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우수한 음악가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된 음악 정책과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지 못해 아쉬움도 많습니다."

韓교수는 1960년 이화여대 졸업 후 미국 신시내티 음대로 유학, 64년 뉴욕 카네기홀 데뷔 독주회로 미국 악단의 주목을 받았다. 에릭 시몬 매니지먼트 소속 아티스트로 미국과 유럽에서 활약했으며 66년부터 롱아일랜드대 교수를 지냈다. 71년 당시 미국에 유학 중이던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박원훈(朴元勳.63)박사와 결혼, 이듬해 귀국했다.

韓교수는 84년 대학교수의 과외 교습이 금지되자 '월간음악'에 '지상(紙上) 공개 레슨'을 게재한 것로 유명하다. 쇼팽.라흐마니노프의 '연습곡', 베토벤'소나타'등은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오는 12일 오후 7시30분 단국대 난파기념음악관에서 열리는 퇴임기념 연주회에선 임미정(울산대).손은수(한양대)교수 등 제자들의 축하 연주에 이어 韓교수가 답례 연주를 들려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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