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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챌린저 & 체인저] 창업대학 성공하려면 정부 지원 기대지 말고 대안 여러개 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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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스탠포드대 졸업생이 창업한 회사들의 연매출 총액은 대학별로 약 3000조원 안팎에 달한다. 특정 대학이 국가의 경제활동 규모와 버금가는 수준의 부(富)를 일궈낸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 캠브리지대 주변의 매력적인 ‘창업 생태계’는 세계적인 기업을 여럿 배출했다.

 전통적 대학은 인재교육과 연구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시대는 ‘기업가적 대학’으로서 새로운 면모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중소기업청은 ‘대학발(發) 창업’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창업선도대학’을 지정해 예산지원과 함께 최고경영자(CEO) 사관학교로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전국 28개 대학에서 사업을 수행한다.

 이런 시도가 꽃을 피우려면 선결 조건이 있다. 먼저 창업가들은 정부지원에 의존하려고 해선 안된다. 해외의 성공한 ‘대학발 창업 기업’들도 초기엔 정부지원금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아예 신청하지 않은 곳이 많다. 오히려 ‘크라우드 펀딩’ 같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단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창업가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오래 활동한 투자가들의 조언이 있다. 바로 “차선책(Plan B)를 가지라”는 것이다. 당초 사업 계획(Plan A)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 B~D에 이르는 후속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발전시켜 나가라는 얘기다. 필자가 지도한 창업팀도 초기엔 해외 게임 산업에 진출하려고 했다. 그러다 경쟁자 움직임과 관련 기술의 변화 등에 주목하고 ‘전략적 피벗팅(방향전환·Pivoting)’을 했다. 그 결과 인터넷 TV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과 협력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는 쪽으로 거액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대학발 창업가는 운동경기로 치면 ‘양손잡이 선수’다. 학업을 통한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성과 창출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CCTV 디지털영상 저장장치로 세계를 누비는 아이디스도 설립 당시 구성원들이 석박사 과정 학생이었다. 초기에 밤엔 8평 공간에서 일하고, 낮에는 학위논문 연구를 겸하는 주경야독으로 현재 매출 5000억원을 넘는 중견기업으로 컸다.

이주성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최근 창업지원 붐을 타고 정부지원금이나 외부투자를 의외로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자칫 무분별한 비용집행이나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창업에 관한 법제도를 익히고, 투명한 조직경영을 지향하며, 높은 의식수준을 갖는 것 역시 대학이 추구해야 할 기업가정신의 하나다.

이주성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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