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목마른 대지’ 1면 사진, 백 마디 말보다 강한 인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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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호 30면

‘달콤한 비… 그래도 목마른 대지’. 6월 21일자 중앙SUNDAY 1면에 실린 한 장의 사진 백 마디 말보다 많은 걸 보여줬다. 기사는 극심한 가뭄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다소 비관적인 분석을 싣고 있지만, 사진은 지친 독자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을 내주는 듯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 인터뷰는 감명 깊게 읽었다. 응급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사전 동의도 없이 신상이 공개되고, 가족마저 어려움에 처하는 환경 속에서도 궁금하고 불안한 국민들을 위해 인터뷰에 응한 모습에 존경심이 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영호남 혁신위원이 보는 한국정치 기사는 생생한 느낌을 줬다. 거침 없는 발언들은 마치 바로 옆에서 듣는 것 같았다. 지역에서 생활정치를 해온 이들의 생각이 과연 중앙당 혁신위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혁신위가 마무리될 때쯤 이들의 감상을 다시 한 번 실어주면 좋겠다.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의혹 기사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세계 역사 속에 나타난 표절’을 통해 성공한 표절 혹은 표절의 효용을 소개한 것도 좋았다. 필자가 속한 법조계는 표절에 관대한 곳이다. 법조인이 작성한 문서를 평가할 때는 ‘옳으냐 틀리냐’가 기준일 뿐 독창성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누군가가 했던 얘기를 주장해야 설득력이 있고,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주장을 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가 쓴 서면에 대한 최악의 평가는 아마도 ‘독자적인 주장에 불과하다’일 것이다. 중앙SUNDAY에서 표절과 오마주에 대한 여러 시각을 소개하고, 우리 사회에서 이에 관한 공감대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유커 다시 불러 들일 묘수는 중난산?’ 기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국제교류 업무를 맡고 있는 나의 눈을 끌었다.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던 외국단체들은 교류 연기를 요청하고, 메르스 사태 이전에 외국에서 받은 초청장이 비록 ‘오지 말라’는 연락을 따로 받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유효한지도 고민이다. 유커가 신뢰하는 중난산을 통해서 유커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글로컬광장은 의식적으로 열심히 보고 있는 코너다. ‘지방이 중요하다’는 관념에 더해 아주 새로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수준과 젊은층 인구의 이탈이라는 치부까지 고백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숨가쁘게 열거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방의 아픔은 결국 중앙의 충분한 관심을 받을 때 치유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S매거진의 주한 대사부인 요리코너는 쭉 계속됐으면 하는 코너다. 요리 사진과 레시피, 술술 읽히는 인터뷰 내용을 읽다 보면 그 나라가 한결 친숙하게 느껴진다. S매거진에서 그 주에 소개한 요리를 다루는 식당이 어딘지 알려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박종명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이사.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동 대학원서 경제법 전공.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법조인으로 출발한 이래 주로 사회적 약자를 변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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