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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개선보다 소비자 마음 바꿔야 이익 늘어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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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호 18면

기업은 혁신을 추구한다. 품질 개선, 새로운 서비스 제공, 신기술 도입 등을 통해 끊임없이 추가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부즈앨런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글로벌 기업 1000곳의 연구개발(R&D) 지출이 5.8% 늘었지만 매출 증가는 1% 미만에 그쳤다. 혁신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브랜드·디자인 컨설팅기업 리핀콧(Lippincott)은 ‘경험 혁신(experience innovation)’에 주목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에 매달리기보다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대하는 경험 전반을 재해석해 소비자 만족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시도다. 이 회사의 랜덜 스톤 경험혁신 부문장과 페이비언 디아즈 시니어 파트너를 최근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소비자의 경험을 혁신하라  컨설팅기업 리핀콧의 랜덜 스톤 인터뷰

-‘경험 혁신’이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와 마주하는 경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하는 일입니다. 요즘 글로벌 기업의 임원들은 하나같이 소비자와 감정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기업의 노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경험 혁신은 소비자의 욕망과 열정을 철저히 분석해서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할 때 소비자 개개인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하게 할 수 있을지, 또 충성심 있는 소비자군을 확보할지를 연구하는 일입니다.”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면.
“하얏트호텔 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안다즈(Andaz)’를 구성하는 데 참여했습니다. 사실 럭셔리 호텔 브랜드는 많습니다. 그래서 안다즈는 럭셔리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세련됨을 간소하게’가 안다즈 브랜드의 핵심입니다. 현대적인 편리성과 지역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도 전통적인 느낌을 주는 하이퀄리티 서비스를 유지한 것입니다. 정성·정량적으로 럭셔리 호텔 이용자들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런 컨셉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경험 혁신을 했더니 매출이 늘어났나요.
“한때 파산 상태에 직면했던 델타항공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수익을 높이려면 씀씀이가 큰 고객들을 유치해야 하는데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은 주로 자기가 좋아하는 럭셔리 호텔 브랜드가 있다는 데 착안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호텔에서의 경험을 비행기 안으로, 또 체크인 카운터와 탑승 과정에까지 가져올 순 없을까 생각했죠. 처음으로 인기 케이블 채널 HBO를 기내 엔터테인먼트에 포함시켰습니다. 또 웨스틴 호텔 체인의 침구를 들여왔습니다. 항공사 라운지를 탑승 게이트 앞으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델타는 현재 미국에서 ‘좋아하는 항공사’ 1위이고, 수익도 세계 항공사 중 10위 안에 듭니다.”

-경험 혁신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뭔가요.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대할 때는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순간(signature moment)’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제품의 성능을 따지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하는 얘기는 ‘너 그 매장 가봤니? 거기 직원들이 친절(또는 불친절)하던데? 그걸 사면 먼저 이러이러한 것부터 살펴봐야 돼’ 같은 자기에게 특별히 인상깊었던 얘기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경험 혁신 업무는 이런 인상을 남길만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대비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경험 혁신 클라이언트는 주로 호텔·항공 같은 접객업 기업들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도 우리 고객이고, 자동차 회사 인피니티, 웨스턴유니온 은행 등도 우리 자문을 받았습니다. 접객업종에서 배운 것은 은행에 응용하고, 은행에서 배운 것은 다시 자동차 업계에 활용했습니다. 인피니티의 딜러십은 미술관처럼 꾸몄습니다. 주유소 같은 통상의 딜러십 분위기를 없애고 자동차를 진열대 위에 올려놓은 뒤 은은한 조명을 비춰 하나의 미술작품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자동차를 사러왔다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경험 혁신을 위해선 조직 혁신도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경험 혁신 업무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조직 혁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컨셉트가 잡힌 다음엔 그 기업의 조직원들이 모두 목표를 공유하고 동참하게 만들지 않으면 설득력 있는 소비자 경험을 구사할 수 없습니다. 회사의 특정 부서에서만 컨셉트를 만들고 그걸 조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식으로는 조직 혁신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조직원들이 뼛속까지 브랜드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도록 참여의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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