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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 주택가서「광란의 칼부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가족들의 숨김과 이웃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된채 일반인들과 함께 생활해오던 20대청년 정신질환자가 발작, 도심 한복판 주택가에서 방화·살상극을 벌여 유치원생여자어린이 l명이 칼에 찔러 숨지고 주민·행인등 8명이 상해를 입었다.
21일하오6시5분쯤 서울구로4동767의8 정규형씨(37·기능공) 집 2층에 세든 심재국씨(28·경양식점주방장)가 정신착란증세를 일으켜 자기방에 불을 지른후 2층 부엌에서 칼 (길이20cm)을 들고나와 1층 안방으로 들어가 정씨의 외동딸 미선양(6)의 가슴·옆구리등 8군데를 찔러 숨지게 하고 조카 박민용군 (6) 을 중태에 빠뜨렸다.
범행후 심씨는 집밖으로 나가 구로시장∼극동아파트∼외환은행 대림동지점∼주차장에 이르는 2백여m의 상가골목길을 30여분동안 누비면서 행인에게 닥치는대로 칼을 휘둘러 조복현씨 (25·회사원·서울신길1동137의37)등 8명 (중상4명) 에게 중경상을 입힌뒤 하오6시30분쯤 자신의 목과 배를 찔러 자해행위를 한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부상한 행인들은 고대부속구로병원등 3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으며 범인 심씨는 중태다.
◇방화·살인=심씨는 이날하오6시쯤 세든 2층 자기방(3평) 에 스펀지담요에 성냥불을 댕겨 불을 지른후 부엌에 있는 길이20cm의 칼을 들고 아래층 안방으로 들어가 TV를 보던 미선양등 2명의 어린이를 마구 찔렀다.
범행당시 정씨집에는 범인 심씨와 미선양, 유치원 졸업식을 마치고 놀러왔던 조카 박군등 3명만 있었다.
◇난동=집밖으로 나와 폭3m가량의 좁은 골목길을 20여m쯤 달려가던 심씨는 집으로 돌아가던 박수남씨 (24·여·구로4동766)의 복부를 찌르고 이어 1백m쯤 내려가 김준기씨(56·구로4동765)의 가슴을 찔렀다.
골목에서 벗어나 큰 길로 통하는 소방도로에 이른 심씨는 이분례씨 (63·여) 를 찔러 증상을 입히고 다시 큰길 쪽으로 달려가 김영선씨(38·구로5동), 이재문씨(26·신길4동967)등 3명을 차례로 찔렀다.
이재문씨는 어둠 속에서 갑자기 범인이 달려들어「와」하는 괴성과 함께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심씨가 행인 8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시간은 15분에 불과했다.
정신질환자수는 전국민의 1%정도인 42만여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이중 심씨처럼 당장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아야할 환자는 6만7천여명.
이같이 응급치료를 해야할 환자중 64.2%인 4만3천여명이 10∼30대로 사춘기·청년기층 환자가 많다.
그러나 이들의 치료 및 수용보호시설이라고는 국·공립정신병원의 4천1백여 병상과 일반요양시설에 5천6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뿐이어서 극소수의 환자만이 가까스로 진료· 보호혜택을 받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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