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신당 창당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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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차 해금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된 야당인들을 중심으로 한 신당의 창당작업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실무대표 인선문제로 이견을 보여온 민주협측과 구신민당 중진연합측은 양파동수의 실무위원 구성에 합의, 15일에 첫모임을 갖게 되었다고 보도되었다.
이로써 신당창당작업은 중요한 고비 하나를 넘긴 셈이지만「단일」신당이 순조롭게 닻을 올릴지에 대해서는 아직 여러 가지 난관과 문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창당까지 가려면 발기인대회가 있어야하고, 지도체제를 어떻게 짜느냐하는 핵심적인 문제도 해결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12인 실무대표」합의에까지 이른 과정을 보면 신당 추진세력이 아직 정치적 구태를 벗어난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안타깝다.
설혹 단일신당에 성공한다해도 야권은 기존 야당인 민한당과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무엇보다 집권 민정당은 범접하기 어려운 세력을 구축해 놓고 있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신당이라고 하지만 추진하는 사람의 면면으로 보면 정계에 널리 알려진 얼굴들이 많다. 구성요소도 복잡해서 민주협안에도 두 갈래가 있고 비민주계는 이보다도 훨씬 복잡한 계보로 구성되어 있다.
다 알다시피 제5공화국은「구정치형태」의 철거한 배격에서 출발하고 있다. 배격의 대상이었던 구정치인들의 모임이 말하자면 신당인 셈이다.
4년 동안 정치활동을 금지당해 온 이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정치권에 부상할 것인지 국민들의 관심사인 것도 그 때문이다.
낙권자인 사람들은 4년이란 기간이 구야당인들을 원숙하고 고차원적인 정치인으로 단련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 자신이나 자기 파의 이해를 초월해서보다 대국적인 차원에서 신당작업을 추진하는 일임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민주제도란 여러 계층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정당이 의견을 모으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입이 있고 파쟁이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런 파쟁이 도를 지나치면 국민의 외면을 받고 만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분열은 자멸」이라는 현실에 쫓겨 단일화테이블에 앉아놓고 계속 자신의 소승적 이익에만 집착할 때 유권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국민들이 단일신당의 출현에 기대하는 그것이 능력있는 대체세력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솔직이 말해 누가 당권을 잡아 앞으로 대통령후보가 되고, 어느 파벌이 더많은 국회의석을 확보하느냐는 것은 부차적인 관심사에 불과하다.
정당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집권에 있는 것이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다. 이번 총선의 성격으로 보아 국회에서 의석을 많이 차지했다고 해서 집권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현실의 벽이 두텁다해서 타협을 일삼아서도 안되겠지만 바위에 계란치는 격으로 강경한 대응만이 바람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유신시대의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야당의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당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은 국민의 기대와 소망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헤아려「구정치행태」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정당을 만들고 이끌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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