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사정관이 말하는 효과적인 독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네 독서 기록에 성장 스토리를 담아라

스펙용 독서, 면접서 걸러 … 진실성 중요
지원학과에 관한 관심 보여주는 자료
동아리 토론 등 교내활동과 연계해야

대학 입시에서 독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교외 스펙 제출이 전면 금지되고 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만으로 제출서류가 간소화되면서 교내 활동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들은 “독서는 대외 활동이 힘든 고교생 입장에서 지적 탐구 활동과 지원학과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기에 좋은 활동”이라며 “학교생활 중 독서 활동이 모두 학생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평가자료”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 입학사정관과 고교 교사들에게 효과적인 독서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넷 서평 베끼면 분명히 티 나

학생부종합전형은 교내 생활을 기록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내신 성적으로 기본적인 학업 능력을 점검하고 고교 재학 중 자율 활동, 창의적 체험 활동, 진로 개발 활동 등을 두루 살펴 지원학과에 대한 열정과 잠재력을 함께 살핀다.

이 모든 사항이 학생부에 기록된다. 독서 활동은 학생부 안의 9번 항목인 ‘독서활동상황’에 기록된다. 대부분 학교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독후활동보고서를 토대로 교사가 내용을 요약·정리해 독서 내용을 적어 넣는다. 학생들이 제출하는 독후활동보고서가 독서 기록의 첫 단추인 셈이다.

대학 입학사정관과 고교 교사들은 “스펙쌓기 독서는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진실성의 문제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에 지원 예정이라고 해서 경영학 원론 정도는 읽어야지 라든가 자기 수준에 맞지도 않는 어려운 대학 교재를 공부했다는 식의 기록이다.

차정민 중앙대 입학사정관은 “지원자의 내신 성적과 교내 활동 수준을 점검하면 대략 학력수준이 가늠된다”며 “학력 수준과 어울리지 않는 독서기록이 보일 때는 면접에서 확인해 본다”고 말했다. 천편일률적인 독서 감상도 문제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많은 학생이 인터넷에 떠도는 독서 감상이나 서평을 그대로 베껴서 독후활동보고서를 제출하고, 교사는 이것을 그대로 학생부에 옮긴다”며 “대학의 서류 검토 시스템이 강화돼서 여지없이 걸린다”고 주의를 시켰다. 조악하더라도 본인의 진지한 감상을 적어 내라는 것이다.

 
다양한 독서냐, 깊이 있는 독서냐

독서 활동은 고교 3년간의 기록이다. 학생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뒀고, 지식 탐구의 영역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됐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기록이다. 임 사정관은 “대학에서 지원자의 학생부 속 독서기록을 볼 때 우선 책의 제목부터 훑는다”고 설명했다. 한 분야를 꾸준하게 탐구한 유형의 학생인지, 지적 호기심이 풍부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탐구 활동을 벌인 학생인지를 살핀다는 얘기다. 두 유형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단, ‘소극적인 독서’냐 ‘적극적인 독서’냐 여부는 입학사정관들이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임 사정관은 “같은 고교의 두 지원자를 비교했을 때 독서기록이 똑같다면 대개 학교에서 시키는 과제만 한 경우”라며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고 적극적으로 책을 찾아 읽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독서 활동에서적극성·방향성·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차 사정관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좋다”며 “관심 분야에서 독서의 폭이 넓어지고 책의 수준이 깊어지는 경우가 그런 예”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찾아 읽는 것이 깊이있는 독서일까. 국중대 한양대 입학사정관 팀장은 “한때만 유행하고 사라지는 베스트 셀러류의 휘발성이 강한 책보다는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던지는 고전이 좋다”고 말한다.

그는 “하지만 고전류로 3년간의 독서 기록을 모두 채우라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의 수준에 너무 어려운 고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심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해 기초 지식과 교양을 넓히고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싶을 때 고전을 찾아 읽으라는 것이다.

독서가 매개가 돼 다양한 활동으로 연결된다면 금상첨화다. 독서 기록은 학생부 9번 항목인 ‘독서활동상황’뿐 아니라 7번 항목인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8번 항목 ‘교과학습 발달상황’ 등 학생부 곳곳에 흔적이 남는다.

인상 깊게 읽은 책(독서활동상황에 기록)에서 주제를 더 확장해 수업 중 수행평가나 자유 주제 발표로 활용(교과학습 발달상황에 기록)하고 동아리에서 팀 토론이라든가 학문집 발표(창의적 체험활동상황에 기록)를 하는 식으로 책을 매개로 다양한 교내 활동을 펼칠 수 있다.

국 팀장은 “연구 논문이라든가 교내 수상 경력 등 화려해 보이는 비교과 활동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며 “폭 넓은 독서 흔적이 학생부 곳곳에 묻어난다면 지적 호기심이 높고 탐구 능력이 좋은 학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책 읽을 때마다 독후노트 쓰기 권장

안광복 서울 중동고 철학 교사는 “독서를 통해 자신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며 “먼저 자신이 겪고 있는 일상적인 고민에서부터 출발해보라”고 권했다.

예컨대 친구와의 갈등을 겪고 있다면 이와 관련한 조언과 해법을 담은 책을 찾아 읽고, 여기서 더 고민을 확장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던지는 『데미안』을 읽는 식이다. 이런 독서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고 심리학 관련 책을 찾아 읽을 수도 있다.

안 교사는 “많은 학생이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이유는 독서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대학 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민과 갈등을 독서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책과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독후노트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입학사정관들은 독후노트에 “책을 읽게 된 계기, 책의 핵심 내용, 인상 깊은 단락과 구절, 내게 끼친 영향, 다음 독서 계획 등 5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작성하라”고 조언한다.

평소 성실하게 작성한 독후노트는 담임교사에게 제출하는 독후활동보고서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학생부 기록을 풍부하게 해준다. 책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어떤 성장을 이뤘는지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라는 것이다. 

▶대학 권장도서 모음
※권장도서 선별 기준=자료 제공 대학(경희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 중 세 대학 이상이 추천한 도서.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