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등 3곳 압수수색 … 문희상 ‘처남 취업 청탁’ 의혹 수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문희상(70·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자신의 처남 취업을 대한항공에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최성환)는 22일 문 의원의 청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소공동 ㈜한진 본사, 공항동 대한항공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에 따르면 문 의원은 2004년 자신의 고교 4년 후배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처남 김모씨의 취업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김씨는 그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롱비치항 소재 한진해운 터미널의 거래사인 브리지웨어하우스에 컨설턴트로 취업했다. 김씨는 이 회사에서 2004~2012년 사이 74만7000달러(약 8억원)를 급여 명목으로 받았지만 실제 근무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 의원의 취업 청탁 의혹은 지난해 문 의원의 부부와 처남 김씨가 건물 담보 대출을 둘러싸고 소송을 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부장 이성구)는 해당 사건 판결문에서 “문 의원이 대한항공 조 회장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던 김씨의 취업을 부탁해 김씨가 취업했고, 2012년까지 74만7000달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김씨가) 다른 곳에 거주하는 등 이 회사에서 현실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문 의원은 지난해 12월 “저 때문에 처남이 취업 특혜를 입었다면 제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과 당원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는 당시 “파란만장한 저의 30여 년 정치 역정에 단 한 번도 자식이나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 한 게 없다는 자부심으로 버텼으나 최근 집안 다툼이 낱낱이 드러나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사실을 접한 보수단체 한겨레청년단은 같은 달 “문 의원이 2005년 대한항공 조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부탁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문 의원을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문 의원에 대한 고발장에 적힌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관련 자료를 분석한 후 문 의원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문 의원의 처남이 취업했던 미국 브리지웨어하우스는 한진그룹에서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별개 법인”이라며 “조 회장은 이 사안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