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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야당 시장들의 무분별한 ‘환자 정보공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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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메르스 발병 1개월여가 지났다. 이제 질병의 정체와 대처 방법은 상당 부분 알려진 상태다. 그럼에도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환자 정보를 부적절하게 공개하는 등 과잉 대처를 일삼아 무고한 피해가 크다.

 수원시 환자 A씨는 적절하게 관리된 경우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5일 후 증세가 나타났다. 그는 이후 11일간 병원 격리치료를 받은 끝에 완치됐다.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남편과 자녀는 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가 외부 접촉이 없었다. 이 정도면 모범적으로 관리된 가정이며 이들이 지역사회를 감염시킬 위험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10일 시청 홈페이지에 A씨의 동네, 아파트, 가족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A씨와 남편의 신원은 바로 노출됐으며 ‘신원을 스스로 자세히 공개하라’는 인터넷 글에 시달렸다. 일부 주민은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이들 자녀의 학교가 어디인지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메르스에 감염된 간호사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간호사의 직장 병원, 아파트 이름, 자녀의 학교 등이었다. 이 환자도 발열 증세 이후 바로 격리치료를 받아 지역사회 감염위험은 없는 상태였다.

 두 명의 시장은 모두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 부대변인 출신이다. “1500여 명의 재건축 조합원들이 감염위험에 노출됐다”며 심야 기자회견을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같은 당 소속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어제 ‘여·야·정 고위비상대책회의’ 구성과 메르스 특별법을 제안했다.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 메르스 사태를 잘 마무리하자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미 여야 합의로 국회 메르스 특위가 구성되어 있다. 메르스특별법은 취지와 실행내역, 부작용 등에 관해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

 정치 지도자와 자치단체장들은 메르스라는 국가적인 사태에서 개인적인 정치적 동기에 의한 과잉 대처가 없었는지 ‘자가(自家)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