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조희연 서울교육감, 또 자사고 폐지 고집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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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교육청은 22일 자율형사립고인 경문고·미림여고·세화여고·장훈고를 지정취소 대상으로 분류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4개 학교로부터 개선계획을 받은 뒤 지정 취소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 교육감이 2년 연속 자사고 폐지를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서울교육청이 지정을 취소했던 경희고·배재고·세화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 등 6개교도 교육부의 직권취소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불복해 서울교육청은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건 상태다. 지난해 건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또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은 분란만 확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서울교육청 마음대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없다.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했는지 서울교육청도 “개선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고교는 지정 취소를 유예하고 2년 후 재평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여지를 뒀다.

 그럼에도 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인다면 이는 현장의 수요를 무시하는 것이다. 지난해 폐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5학년도 입시에서 자사고의 경쟁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지정취소 대상이 대부분 교육 여건이 안 좋은 지역의 학교들이라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와 올해 지정취소 대상에 오른 학교들 중 세화고·세화여고를 빼곤 모두 비강남 지역이다. 올해 취소 대상에 오른 미림여고는 관악구, 경문고는 동작구, 장훈고는 영등포구를 대표하는 자사고다. 이들 지역에 사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지역의 자사고가 그나마 학교 선택권을 넓혀줬다. 그런데 지정취소 대상에 오르면 선호도 낮은 비강남지역 자사고는 경쟁률이 더 떨어져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 이유로 일반고의 정상화를 들고 있다. 하지만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살아날까. 서울교육청은 자사고 폐지 이전에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는 확실한 방안부터 먼저 내놓아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자사고를 성급히 없애기보다는 적어도 10년 이상 성과를 지켜본 뒤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