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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다른 눈높이로 보는 재밌는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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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아마추어 사진 동호인이나 학생을 대상으로 사진 강의를 할 때마다 빼먹지 않는 조언입니다. 익숙한 대상이나 풍경이 지루해지면 카메라의 높이를 달리해 찍어보길 권합니다. 단지 눈높이만 바꿨을 뿐인데 신선한 재미와 감동이 느껴지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서 위로 올려 찍는 로 앵글(low angle)은 인물이 근엄해 보이도록 만듭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보다 사진 속 대상이나 인물이 더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이런 이유에서 로 앵글의 사진을 선호합니다.

반대로 위에서 내리찍은 하이앵글(high angle)은 인물을 희화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코믹영화의 포스터에 단골로 등장하는 ‘대두샷’은 거의 하이 앵글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요즘에는 촬영장비 드론(무인기)의 인기가 어마어마하죠. 드론은 사진의 눈높이를 극단적으로 높게 만듭니다. 낯선 눈높이로 바라본 세상은 또 다른 시각적 재미를 선사합니다.

사진은 지난 4일 의관을 정제하고 광화문에 나타난 갱정유도(更定儒道) 도인의 모습입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걸터앉은 갓 쓴 선비의 모습을 조금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도인의 등 뒤에서 발뒤꿈치를 들고 팔을 뻗어 촬영을 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대상이 너무 평범하거나 익숙하다면 카메라 위치를 바꿔보세요. ‘교육’은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지만 ‘사진’은 눈높이가 다양한 것이 좋답니다.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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