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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기 14일 맞나 … 80대 할머니 격리해제 사흘 뒤 확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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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감염자가 늘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76번 확진자가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들렀을 당시 진료했던 응급실 전공의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이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접촉 16~17일 지나 발병 줄이어 삼성서울서만 환자 13명 추가
정부는 “잠복기 14일 유지가 타당”
모니터링 밖 환자도 계속 나와

4명(13일), 1명(14일), 3명(15일), 5명(16일)…. 삼성서울병원발(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수퍼전파자(14번 환자)가 이 병원 응급실 안팎에서 접촉한 사람들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시기는 지난 12일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건당국이 예상했으나 이 시기를 넘긴 새로운 확진자가 매일 등장한다.

 146번 환자(55)는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방문했다 14번 환자에게 노출됐다. 하지만 실제 발열 증상이 나타난 시점은 이로부터 16~17일이나 지난 13일이었다. 158번 환자(50)도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14번 환자와 접촉했고, 보름이 지난 11일에야 근육통을 동반한 몸살 증상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각각 14일과 16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보건당국이 당초 상정했던 잠복기 기준(2~14일)을 넘긴 환자들이다. 이런 환자들이 앞으로 더 늘어난다면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 종료 시점(오는 24일)도 연장돼야 한다. 이에 대해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측은 “응급실 이송 요원인 137번 환자(55)가 발생하면서 설정된 병원 부분 폐쇄 기간을 바꿀 뜻이 없다”는 입장이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잠복기를) 최장 14일로 보고 관리하는 게 타당하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면 환자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당국이 잠복기 기준을 고수하면서 잠복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격리에서 풀려난 80대가 격리 해제 사흘 뒤 확진 판정을 받는 일도 벌어졌다. 경기도 평택시는 “굿모닝병원에 격리됐다 지난 14일 퇴원한 K 할머니(80)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할머니는 17번 환자(45)와 지난달 27~30일 굿모닝병원 같은 병동에 입원해 격리됐다. 격리 기간 중 네 차례 메르스 검사를 받았다. 1~3차에선 음성으로 나타났고 14일 이뤄진 4차에서는 ‘판정 불가’ 결과가 나왔다. 보건당국은 일단 잠복기 14일이 지났다고 판단해 할머니를 내보냈다. 하지만 5차와 6차 검사에서 모두 양성으로 판명됐다.

 보건당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건 또 있다. 병문안이나 간병 차원에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환자가 된 경우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메르스 확진자 162명 중 환자 가족이나 병원 방문객은 58명(36%)이다. 이들은 병원과 보건당국의 방역망에서 빠져 있던 사람들이다. 문병 또는 간병객은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추적조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민관합동태스크포스 즉각대응팀의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응급실을 단순 방문하거나 입원 대기한 분들은 병원에서 알 수 없다. 보건당국이 총력전을 펼쳐 (누락된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솔직히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151번 환자(38·여) 등은 가족 간병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감염된 뒤 10여 일간 여러 의료기관을 돌아다녀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이관 동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병원 방문자들의 신고를 유도하고 있지만 자가격리나 모니터링이 싫어 나서지 않는 의심환자도 많다. 각 의료기관과 협조해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내야 확산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임명수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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