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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프랑스 "외국인은 싫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11일 프랑스의 샤토브리앙시에서 일어난 터키인살해사건은 요즘 고개를 들기시작한 프랑스인들의 인종차별·외국인배척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프레데릭·풀래」(22)라는 한 프랑스 실직청년은 이날 저녁 터키노동자들이 단골로 다니는 한 카페에 멧돼지사냥총을 마구쏘아 안에서 차를 마시던 2명의 터키인을 숨지게하고 다른 5명의 터키인에게 중상을 입혔다.
인구 1만5천명의 소도시샤토브리앙에는 현재 노동이민온 터키인 3백여명이 모여 살고 있으며 이 실직청년은 자신이 일자리를 얻지못하고 있는 것이 이들 터키노동자들 때문이라고 생각, 이같은 분풀이를 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이청년은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으며 태연히 『외국인이 싫다』고 말하고 있다고 수사관이 전하고 있다.
「풀래」청년의 이같은 범행이 아니라도 외국인, 특히 이민노동자들에 대한 프랑스사람들의 반발과 노골적인 인종차별사례는 최근들어 부쩍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노동자 추방을 요구하는 각종 대규모 시위에서 이들에대한 개별적·집단적인 폭력행사·구박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외국인배척운동이 꼬리를 물고있다.
프랑스 극우정치단체인 「국민전선」의 어느 지방당원들은 『외국인들이 프랑스경제를 파괴하고 있다』『외국인들이 정복자 행세를 하려든다』『외국인들이 너무 건방지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평등·박애를 무엇보다도 아껴온, 그리고 이런 국민성을 세계에 자랑해온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이 경멸하는 인종차별주의·외국인배척성향을 띠어 가고 있는것은 일단 경제적 어려움에 그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는이가 많다.
81년 3천명에 불과했던 파리의 거지가 현재 2만명이상으로 늘어났고 2백5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가 프랑스인들을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한 통계조사당당관리는 프랑스의 극빈자가 .6백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히고 『프랑스가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선 하루생계비 50프랑(약4천5백원) 이하일때 극빈자로 꼽는다.
프랑스에는 현재 약5백만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대부분이 노동이민으로 포르투갈·알제리·모로코·스페인·이탈리아·튀니지·터키인이 대종을 이룬다. 이번에 표적이됐던 터키이민노동자는13만5천명으로이가운데가장적다.
프랑스인들은 외국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게 불만이다.
말할것도 없이 이들 외국노동자들은 당초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프랑스에 불러들였었으나 이제 여건이 바뀌어 거추장스런 존재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국에서는 「외국노동이민이 실업증가의 원인이 아니다. 그들이 우리를 부강하게 해준다』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인들, 특히 실직중인 프랑스인들에게는 외국노동자는 눈에 가시가 됐다.
그렇지않아도 요즘 파리거리에서,극장에서,시장에서,골프장등에서 『유 고 홈』(네나라로 가버려)이라고 외국인에게 삿대질하는 프랑스인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 외국노동자에 대한 반감이 이제 일반적인 외국인배척감정으로 발전하지 않는가싶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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