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두려움, 세월호 슬픔보다 2배 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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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두려움’이 ‘세월호 슬픔’을 압도했다. 본지가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와 2008년 1월 1일부터 2015년 6월 9일까지 트위터·블로그에 올라온 70억4279만 건의 글을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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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은 지난 7년6개월간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크게 요동치게 한 사건으로 나타났다. 3차 감염이 확인된 지난 2일 메르스 관련 freq(프리퀀시·frequency, 트위터·블로그에서 특정 단어가 하루 동안 언급된 건수)는 39만596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치였던 세월호 침몰 다음 날(2014년 4월 17일)의 세월호 관련 freq(20만5020건)의 약 두 배에 가까운 것이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이 세월호 때보다 더 격렬하게 반응했다는 의미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세월호가 타인의 비극에 대해 슬퍼하는 사건이었다면 메르스는 본인이나 가족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많은 반응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위터·블로그 글의 감성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메르스는 ‘두려움’(48.3%), 세월호는 ‘슬픔’(23.7%)과 연관된 말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특히 메르스의 경우 두려움 연관어의 비중이 2008년 광우병 파동(22.7%), 2011년 김정일 사망(20.9%) 때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메르스 확산과 같은 특정 사건에 대해 함께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이를 공유하는 ‘감정공동체’의 특성을 보였다. 한국인의 마음은 특정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크게 일곱 가지 감정으로 요동쳤다. 7년6개월간 온라인 공간을 통해 표출된 감정의 비중은 ▶슬픔(22%) ▶기쁨(18%) ▶바람(16%) ▶분노(13%) ▶사랑(13%) ▶두려움(10%) ▶수치심(8%) 순이었다. 다음소프트 권미경 이사는 “한국 사회에 슬픈 감정이 많았던 것은 세월호·용산 참사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서거 등 죽음과 관련한 사건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팀장)·유성운·채윤경·손국희·조혜경·윤정민 기자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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