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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몰리는 강남보건소 … 한방 이어 치과진료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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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5일 낮 12시3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보건소 본관 앞.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메르스 선별진료소 대기실’ 앞에선 환자 3명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임모(82·여)씨는 “보건소에서 이렇게 기다린 적이 없었는데 난리가 난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85명이 보건소를 찾았다. 지난 한 주 동안 환자가 가장 많았던 목요일(66명)과 비교해도 19명이 늘었다.

 삼성서울병원 폐쇄 조치에 따른 후폭풍이 인근 보건소와 대형병원을 덮치고 있다. 강남보건소 배근희 의료관광팀장은 “강남·서초구 주민들이 이용하는 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이 외래 진료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메르스 확산이 이어지면서 보건소로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보건소는 지난주 물리치료실과 한방진료실을 폐쇄한 데 이어 15일부터 치과진료소와 모자보건소 운영을 중단했다. 치위생사와 물리치료사 등 9명을 메르스 환자 응대에 투입하고 있다. 일원동과 세곡동 주민센터에 파견된 U-헬스케어센터 직원도 보건소에서 체온 측정과 객담 채취를 맡고 있다.

점심시간이 지나며 환자가 더 몰렸다. “잠깐만요. 먼저 체온을 재셔야 합니다.” 방호복을 입은 직원 2명이 체온을 재지 않고 본관 입구로 들어오는 환자들을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몸살기가 있는 남편과 같이 왔다는 문모(67·여)씨는 “삼성서울병원 단골인데 병원이 문을 닫아 보건소를 찾았다”며 “메르스가 걱정되는데 어딜 가야 할지 몰라 주변에 물어보니 보건소로 가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메르스 증상을 의심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회사원 류규석(29)씨는 “어제부터 열이 안 떨어져 회사 근처 내과에 들렀는데 회사에서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며 “삼성서울병원 사태를 보니 큰 병원은 아무래도 찜찜해 보건소로 왔다”고 말했다. 서명옥 강남구보건소장은 “기존 진료를 최대한 축소하고 메르스 사태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인근 대학병원인 강남세브란스 병원도 노심초사하긴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한 이곳은 환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삼성서울병원 폐쇄에 따른 환자 이동에 대비하고 있다.

강기헌·김나한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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