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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삼성서울 환자들 … 다른 병원들 “오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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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5일 이틀째 부분 폐쇄에 돌입하면서 이날 일부 퇴원 환자가 타 병원으로 전원(병원을 옮김)을 거부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환자’라는 이름이 붙는 바람에 옮길 병원을 구하지 못해 병원에 그대로 남거나 추가 치료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귀가하는 환자도 있었다. 보건 당국이 입원 환자 전원을 거부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처벌한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의료 현장에선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A씨(56)는 90대 노모를 이날 퇴원시킬 예정이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2주 전 신장 투석을 받다가 인공혈관이 막혀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A씨는 노모를 퇴원시켜 원래 있던 요양병원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요양병원 측은 “메르스 사태가 끝난 후 환자를 받겠다”며 거절했다. A씨는 “갈 만한 병원도 없고 담당 의사도 전혀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해 일단 병원에 더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모(61)씨는 이날 치료가 더 필요한 아들을 데리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최씨의 아들은 지난달 29일 새벽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온 뒤 입원 치료를 받았다. 최씨는 물리 치료 등을 받기 위해 중소형 병원으로 옮기고자 했고 삼성서울병원도 중소형 병원인 H병원을 연결해줬다. 하지만 이 병원이 전원을 거부했다. 최씨는 “삼성서울병원은 원하면 더 있으라지만 더 이상 치료를 받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우리 부부가 맞벌이고 아들은 다리도 못 굽히는 상태에서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통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삼성서울병원’을 다녔다는 이유로 타 병원에서 거부당하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씩 3년여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고 있는 김진(57)씨도 다른 병원을 알아봤지만 역시 거부당했다. 김씨는 “삼성에서 왔다고 하면 딴 병원에서 받아주지도 않는다”며 “싫으나 좋으나 여기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오던 9개월차 임신부 안모(29·여)씨는 종합병원이 불안해 최근 경기도의 D산부인과로 옮기려다 거부당했다. 안씨는 “확진환자도 안 나온 강북삼성병원인데도 ‘삼성병원 환자는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에 딱 한 번 내원했던 환자도 안 받겠다고 하는 판에 입원 환자는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일부 의료기관의 전원 거부 행위는 명백한 의료법 또는 응급의료법 위반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도 이날 세종정부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어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와 관련해 후속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전원 거부 행위에 대한 처벌(의료법상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병원 측은 항암 치료·방사선 치료·투석 치료를 포함한 중증 응급 환자 등을 제외하고 모든 외래 환자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신규 입원 및 응급실 진료는 24일까지 제한된다. 이날은 663건(평소 8500건)의 외래 진료와 8건(평소 205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입원 희망 환자 중엔 암환자들이 부분 폐쇄로 인해 가장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김모(45)씨는 이날 오전 ‘2년 전 수술했던 방광암이 다리 쪽으로 전이됐다’는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병원 에서는 “부분 폐쇄가 끝나는 24일까지 신규 입원 및 수술이 불가능하니 다른 병원을 알아봐달라”고 알렸다. 김씨는 “수술할 수 있는 큰 병원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하늘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또한 병원 측은 이날 진료가 예정된 외래 환자 4500여 명의 진료 일정을 24일 이후로 조정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일부 외래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서 본관 출입문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의 전화는 병원콜센터에 집중됐다. 병원 측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지금 열이 난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 가 가장 많다고 한다.

노진호·박병현·임지수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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