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 ‘총 맞은’ 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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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45(M1911) 권총

결국 스스로 방아쇠를 당겼다. 미국을 대표하는 총기 제조회사인 콜트 디펜스가 15일(현지시간)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챕터11)을 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사업 부진과 회계 조작으로 인한 경영난 때문이다.

 콜트는 파산 보호 신청으로 자산과 부채를 동결한 뒤 3억5500만 달러에 이르는 채무에 대한 재조정을 실시하고 사업부문 매각으로 남은 부채를 갚을 계획이다. 또한 사모펀드 시엔스 매니지먼트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산 보호 신청을 했지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만큼 사업은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콜트는 1861년 남북전쟁에서 최근 이라크전쟁까지 150여년 이상 미군에 권총과 소총을 납품했다. 미군 장교의 상징인 콜트45(M1911) 권총과 미군 돌격소총의 상징인 M16 시리즈 등이 콜트의 자존심이다. 시작은 18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총기 발명가인 사무엘 콜트가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총기사업을 벌였다. 그는 권총 부품을 규격화해 대량 생산 시대를 열었다. 그 덕에 콜트의 권총 시리즈는 웬체스터의 장총과 함께 ‘서부를 정복한 총’으로 통했다.

 콜트의 운명은 전쟁과 평화 시기에 따라 엇갈렸다. 1·2차 세계대전 때 미군에 콜트45 권총을 납품하며 승승장구했다. 베트남전 때는 M16A1이 미 육군 기본 무장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1980년대 미군이 주력 권총을 이탈리아 베레타사의 M9로 채택해 콜트는 타격받기 시작했다. 마침 냉전 체제가 무너지며 어려움은 더 커졌다. 하지만 9·11사태 이후 본격화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콜트사는 기사회생했다. 시가전 등 근접전투에서 뛰어난 M4 카빈소총의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소총 판매가 시원찮아졌다. 미국 총기 시장이 침체에 빠진데다 신형 총기 개발에도 실패하며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기술 향상으로 총기 수명이 길어졌다. 또 개발도상국이 자체적으로 총기 개발에 나서면서 경영난은 가중됐다. 한국은 80년대 초까지 M16A1를 면허 생산하면서 적잖은 로열티를 냈으나 이제는 돌격소총(K2)을 자체 개발해 쓰고 있다.

 게다가 콜트는 2013년엔 미 육군에 M4 카빈소총을 독접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이후 빚이 늘어나 3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자를 갚기 위해 지난해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7000만 달러를 빌렸고, 올해도 헤지펀드 마블게이트에서 3300만 달러를 빌렸다. 하지만 15일로 예정된 채권 이자를 지불하지 못하며 파산보호에 이르게 됐다. 지난해엔 분식회계 의혹도 받았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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