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강민호, 23호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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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가 부러져도 담장을 넘어가고, 무릎을 꿇고 쳐도 홈런이 된다. 프로야구 롯데 강민호(30)의 홈런포가 멈출 줄 모른다.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1승 9패로 부진했지만 강민호는 8홈런·14타점을 기록했다. 4-5로 패한 13일 인천 SK전에서도 강민호는 6회 초 SK 왼손 에이스 김광현(27)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날렸다.

13일 현재 강민호는 타율 0.349(4위)·홈런 23개(1위)·58타점(3위)·장타율 0.772(2위)·출루율 0.462(4위)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페이스는 특히 놀랍다. 7일 부산 KIA전에서 홈런 공동 1위로 올라선 이후 6일 동안 4개를 추가하며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강민호는 57경기 만에 지난 2010년 기록한 자신의 최다 홈런(23개)과 동률을 이뤘다. 이 기세라면 2000년 박경완(당시 현대)이 기록한 포수 최다 홈런(40개)도 넘어설 수 있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를 맡고 있어 날씨가 더워지면 강민호가 고전할 것으로 보였다. 5월 초 백업 포수 장성우가 kt로 트레이드되면서 수비에 대한 부담도 커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민호는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꾸준히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강민호의 홈런은 홈-원정 경기를 가리지 않는다. 홈 30경기에서 홈런 13개를 친 그는 원정 27경기에서 10개를 펜스 너머로 넘겼다. 만루 홈런만 3개를 기록할 정도로 영양가도 높다. 특히 일요일 경기에서 다른 요일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9개의 홈런을 쳐 '일요일의 사나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강민호는 올 초 부임한 장종훈 타격코치의 도움으로 타격에 눈을 떴다. 2013시즌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75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강민호는 지난해 타율 0.229, 16홈런으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주변의 기대가 높아진 만큼 부담이 컸다. 변화구에 속아 헛스윙 삼진으로 맥없이 물러나는 그를 두고 팬들은 '강풍기(강민호+선풍기)'라며 비아냥댔다. 올해는 장 코치의 조언대로 중심이동을 신경 쓰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고 있는 게 효과를 보고 있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야구가 잘 되면서 자신감도 붙고 있다”고 말했다.

테임즈(NC·21개)·나바로(삼성·20개)·박병호(넥센·19개) 등 추격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강민호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이만수(1983~85년) 전 SK 감독-박경완(2000, 2004년)에 이어 역대 3번째 포수 홈런왕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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