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초문의 대종상 출품작들|이창우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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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마다 대종상영화제 철만 돌아오면 영화팬들은 어리둥절해진다.
신문마다 『올 작품상후보작으로는 무슨 무슨 작품이 유력하고 남녀주연상엔 누구누구가 물망에 오르고있다』는 등의 예상기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막상 관객들은 모두 안개 속 같은 얘기들로만 들릴 뿐이다. 사정은 수상작(자)이 발표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영화를 보기는 커녕 만들어졌다는 소식도 처음 듣는 형편에 어느 작품이 뛰어나다는게 도무지 실감나지 않을뿐더러 관심조차 갖기 어렵다.
하긴 기자의 입장도 매한가지다. 발표 전에 영화가에 「떠도는 정보」를 들었거나 시사회에서 몇몇 작품을 감상했을 뿐이다.
영화진흥공사는 올해 대종상출품자격영화를 「시 이상 지역에서 개봉한 작품」으로 규정했다. 시일에 관계없이 한군데 극장에서 단1회라도 상영했으면 된다는 셈이다.
그러니 그렇잖아도 마감기일에 쫓겨가며 만든 영화들이 제대로 개봉될리 없다. 그저 출품자격만 따내려고 군소도시의 한 극장에 형식상 단 하루정도 살짝 선보이고 출품되는 실정이다.
이런 영화들을 어떻게 「올해의 대표적 영화」대상에 올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
22일 출품 마감한 올 대종상에도 모두 편이나 출품되었지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일반관객에게 본격적으로 개봉됐던 영화는 고작 5편뿐이다.
관객은 보지도 못한 영화를 놓고 7∼8명의 심사위원들이 올해의 가장 수준 높은 영화를 가려낸다는데 무리가 없을 수 없다. 또 일반의 공감을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물론 대종상이 그동안 영화계의 큰 이권인 외화수입권이란 유인으로 영화계를 자극, 국산영화발전에 보탬을 주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출품작중에도 상당한 수준작이 있긴 하다. 그러나 국내최대의 영화제가 언제까지나 영화사들의 외화수입권 각축장일 수는 없다.
비공개와 경직성을 하루빨리 탈피해 관객과 영화인들이 모두 참여하는 진정한 영화축제로 발전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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