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했다 잘린 FIFA 공보국장…어떤 농담이기에

중앙일보

입력

2011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의 입이었던 발터 드 그레고리오가 공보국장 자리를 떠났다. 표면적으로는 ‘사임’이라고 하는데 실제론 ‘해임’이었다. 최근 스위스의 한 TV 대담프로그램에 등장해 한 농담을 듣고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11일(현지시간) 잘랐다고 한다.

드 그레고리오의 농담은 이랬다.

먼저 질문을 던졌다. “FIFA 회장과 사무총장, 그리고 공보국장이 한 차를 타고 가고 있다. 누가 운전할까.”그리곤 곧 스스로 답했다. “경찰.”

블라터 회장과 제롬 발케 사무총장의 비리 연루설을 언급한 게다. 미 사법당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잭 워너 FIFA 전 부회장에게 보낸 1000만 달러를 비리 자금이라고 판단했는데 이 과정에 블라터 회장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발케 사무총장도 돈 흐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강하게 비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발케 사무총장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련 의혹을 묻는 기자들에게 “블라터 회장 다음에 나를 날리기로 했느냐? 좋다. 그러나 1000만 달러는 (비리와) 무관하다”고 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드 그레고리오가 유죄 인정하는 듯한 농담을 했으니 블라터 회장이 발끈한 듯하다. 다만 FIFA는 드 그레고리오와 완전 절연한 건 아니다. 드 그레고리오는 올 연말까지 공보 자문역으론 일한다고 밝혔다.

한편 FIFA는 11일 12월부터 2월 사이 블라터 회장의 후임을 뽑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유럽 의회에선 이날 블라터 회장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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