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거점 병원 200여 곳 곧 발표 … 음압병실·격리진료실 시스템 갖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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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메르스 확산에 병원들도 비상대응에 돌입했다. 규모가 큰 병원들은 늦게나마 격리 진료소를 차렸다. 중소 병원들도 문진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은 9일 “병원들이 감염 위험 차단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아픔을 참지 말고 병원에 가 적극적으로 진료받기 바란다. 그것이 전염 확산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메르스 발병률(의심 환자가 확진 환자가 되는 비율)이 4%에 그치는 만큼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조금 더 차분히 사태를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조만간 지역·권역별 메르스 거점 병원 명단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협회는 보건당국에 200여 개의 지역·권역별 거점 병원을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해 왔다. 국립의료원이 이들 병원을 진두지휘하는 형태로 환자를 관리하면 대응이 빨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음압병실과 격리 진료 시스템을 갖췄는지 등을 기준 삼아 병원 선정 을 거의 마쳤다”고 설명했다.

 의료 인력을 융통성 있게 배치하는 일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의사·간호사들이 격리돼 인력이 부족한 병원이 생겨났다. 이들 병원에 메르스의 영향을 덜 받은 곳에서 자원자를 파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동을 관리하거나 식사 문제를 돕는 행정 인력도 지원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병원협회는 보건당국과 함께 ‘점검단’을 꾸려 의료시설을 점검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환자가 발생하거나 거쳐간 병원이 우선 점검 대상이다. 감염 확산을 막는 의미도 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을 진정시킨다는 뜻도 담겨 있다. 그는 “전문가 집단이 의학적 근거로 테스트한 후 ‘이 병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면 국민의 불안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이제는 공포감에서 벗어나자”고 제의했다. 감염자 발생 감소세가 뚜렷하고 발병률·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믿자는 뜻이다. 그는 “의심자는 2000명이 넘지만 실제로 확진된 경우를 따져보면 100명 중 4명꼴이다. 96명은 괜찮다는 말이고, 나머지 4명도 평소 건강하면 완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변수를 걱정했다. 서울아산병원 등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을 관리하는 문제가 첫째다. 그는 “병원들이 어느 정도 준비된 상황에서 의심자가 다녀갔기 때문에 이전보다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둘째는 시민의식이다. 박 회장은 “국민들이 병원의 문진에 성실히 답하지 않거나 격리 대상인데도 이탈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 4차 감염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진 기자 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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