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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중앙일보

입력

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여러 암을 동시에 수술할 수 있는 30억원 상당의 로봇 성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봇 수술이 진화하고 있다. 간단한 암 수술은 물론 한꺼번에 여러 종류의 암을 미세한 구멍을 통해 깔끔히 제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차병원그룹 분당차병원 박동수(비뇨기과) 교수는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2개 이상의 암을 로봇을 통해 성공적으로 수술했다. 수술 흔적도 거의 없고 회복 기간도 빠르다.

"전립선암 수술하려고 배 속에 들어간 로봇 신장암·담낭암도 제거"

경기도 여주에 사는 김덕봉(70·가명)씨는 지난 2월 분당차병원 비뇨기과에서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전립선암 수술 전 검사를 받던 중 오른쪽 신장에서 또 암이 발견됐다. 암이 두 군데에서 동시에 자라고 있었다. 박 교수는 우선 김씨의 배에 전립선암 수술용 구멍을 6개 뚫었다. 이 중 구멍 4개에는 로봇 팔이 들어가고, 2개에는 사람(조수 의사)이 석션 등 간단한 기구를 넣기로 했다. 박 교수는 환자와 약 1m 떨어진 곳에서 화면에서 3차원 입체영상을 보며 수술 로봇을 작동시켰다.
 우선 전립선을 떼어낸 후 방향을 바꿔 같은 방식으로 신장 쪽 암을 제거했다. 발병 부위가 달랐지만 암은 같은 날 차례대로 말끔히 제거됐다. 수술 자국은 배에 난 미세한 구멍 6개가 전부였다. 김씨는 빠르게 회복해 현재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1년간 분당차병원에서 전립선암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는 총 100명. 이 중 김씨를 포함한 전립선암 수술 환자 3명에게는 수술 당일 다른 부위 암까지 함께 떼어내는 시술이 이뤄졌다. 이들은 우선 전립선암으로 먼저 진단받은 뒤 수술을 앞두고 복부·골반 부위의 CT(컴퓨터단층촬영)에서 신장·담낭암 등이 발견됐다.
 
배에 미세한 구멍 뚫어 수술
박 교수는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전립선암환자를 수술하기 전에 골반 MRI(자기공명영상촬영)와 뼈 스캔 검사 정도만 실시한다”며 “CT는 환자의 비용 부담 및 방사성 물질 피폭 우려 때문에 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립선암 환자에 대해 배·골반의 CT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전립선과는 멀리 떨어진 간·췌장·담낭 등 장기와 폐 일부(폐 아랫부분 5분의 2가량)에서 우연히 암이 발견되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 암이 발견될 때 암이 자란 부위별로 따로 수술하거나 배 전체를 크게 절개한 후 수술을 집도하는 게 기존의 흔한 수술법이었다.
 한데 이렇게 배를 절개하면 근육 속 가느다란 실처럼 들어 있는 신경이 손상된다. 환자가 수술받고 난 후 통증이 심하고 회복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최근엔 배를 절개하지 않고 구멍을 뚫어 카메라가 달린 기구를 넣고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이 대세다. 하지만 2개 부위 이상의 암을 수술하려면 구멍을 더 많이 뚫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암이 발병한 각 부위에 가깝게 구멍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구멍 하나를 이용해 로봇이 방향을 바꿔가며 다른 부위의 암을 쉽게 떼어낸다. 가령 전립선암을 제거한 후 반대편 담낭을 제거할 때 같은 구멍을 통해 들어간 로봇이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꿔 담낭까지 도달한다. 때로는 전립선암 수술을 마친 환자의 병상을 바꿔 로봇을 삽입하기도 한다. 둥그런 장기의 앞·뒤·옆 어느 쪽이든 생겨난 암을 제거하는 데 문제가 없다.
 
로봇 수술 회복 속도 빨라
로봇 수술로 암을 제거한 환자는 절개수술 또는 일반 복강경 수술보다 회복 기간이 짧다. 출혈량, 수술 후 통증, 감염 위험도 줄어든다. 신경 및 주변 조직이 덜 손상되고 수술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 박 교수는 “로봇을 사용하면 가령 팔 하나는 실을 잡고 있고, 또 다른 팔은 실의 매듭을 묶어주고, 또 다른 팔은 실을 자르는 등 세 가지 동작을 한번에 할 수 있다”며 “사람이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떼어낸 암덩어리를 봐도 사람(의사)보다 로봇이 더 정확하고 깔끔하게 떼어낸다”며 수술 정확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전립선암 환자 중 전립선·정낭을 적출하지 않고 전립선암을 수술하는 ‘브래키세라피(방사선동위원소 삽입술)’를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전립선에 방사성동위원소 물질을 넣는 방식인데, 암 조직에만 방사선을 쬐어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전립선·정낭 적출수술 후 생길 수 있는 요실금·발기부전 등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박 교수는 “환자 상태에 따라 브래키세라피 수술법으로 전립선·정낭은 남겨 기능은 살려두고, 다른 부위 암만 로봇을 통해 제거한다”고 말했다.

<글=정심교 기자 jeong.simkyo@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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