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대탈락」불만…학장 사표반려가 불씨|경찰투입 몰고 온 한남대 소요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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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학원자율화 조치이후 서울대에 이어 두 번 째로 경찰력을 불러들여야 했던 한남대사태는 종합대 승격기대가 무산된 데 대한 학생들의 불만에서 빚어진 불상사였다.
학교기능을 일시 마비상태에 빠뜨려 학장이 경찰투입요청을 하기에 이른 12일 학생들의 격렬한 행동은 따지고 보면 심정적으로 학생들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학장과 재단이사회의 처사가 기폭제 구실을 했다.
4일전인 지난8일 이 학교 재단이사회는 이사회 장소를 대전부근의 유성에서 전주로 옮겨 전격적으로 학생들이 퇴진을 요구해온 오해진학장의 사표를 반려해버렸던 것이다.
학생들은 85학년도의 종합대승격기대가 무산되면서 『K대, U대보다 못할 것이 없는 한남대가 종합대로 승격하지 못한 것은 학교측의 책임인 만큼 현 학장은 마땅히 퇴진해야한다』고 주장, 지난 10월8일부터 시위를 계속했고 이 같은 학생들의 주장에 밀려 오 학장 등 보직교수들은 지난 10월29일 재단이사회에 사표를 냈었다.
오 학장이 사표를 내기까지 지난 10월8일에는 기독학생회·학원자율화추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3백여 명이 시위를 벌였고 15일에는 1천여 학생이 중간고사거부운동을, 그리고 19일에는 재무처장실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다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를 빚어왔었다.
종합대 승격탈락이 계기가 됐지만 학생들의 시위가 이처럼 격화된 것은 교수간의 파벌 및 확인되지 않은 학장의 행정비리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그러나 10월29일 오 학장이 사표를 제출하자 그 다음날부터 사태진전을 지켜보면서 평온을 유지해왔었다.
그러나 사태가 다시 심각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오 학장의 사표가 반려된 8일 이후부터.
9일에는 학원자율화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된 3백여 학생들이 「전주에서의 이사회개최 및 오 학장사표반려는 무효」라고 주장, 교환실과 학생처·교무처·지역개발대학원장실 등에 경찰이 쏜 불발최루탄을 터뜨리며 격렬한 시위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시위에도 학교측이 대화계기를 마련하거나 그럴 가능성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 12일에는 난동에 가까운 행동으로 교내문제를 사회문제화하기에 이르렀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대학당국과 학생양쪽에 책임이 있다. 「학장퇴진」이 문제의 해결이라고 보는 학생과 그것은 문제의 시작이라고 판단한 학교당국사이에 존재한 현격한 이견이 폭력과 경찰력투입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집단시위를 통해 학장을 갈아치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이 민주적 방법이 아님을 인식해야하고 더구나 무차별파괴로 교직원이 교외로 쫓겨나고 학교기능이 일시 마비되는 사태를 일으킨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데모는 의사표시의 자유이지 폭력행사의 자유는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측도 학생들의 시위가 종합대로 승격됐으면 좋겠다는 애교심에서 출발됐다는 점은 인정하고 경찰투입이란 불행한 사태가 오기 전에 적극적으로 그 소지를 해소했어야했다.
한남대는 8개 대학원과 4개 학부 30개학과에 6천6백22명의 대학생이 있다. 56년대 대전기독학관으로 출발, 59년 대전대로 승격됐고 70년 숭실대와 통합, 숭전대가 됐었다. 82년에는 다시 서울캠퍼스와 대전캠퍼스가 분리되고 83년부터 한남대로 개칭됐다. <박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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