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초코파이 카피한 '경단설기'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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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초코파이 간식이 사라졌다고 개성공단 기업협회 관계자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북한에서 ‘노보물자’(노동자를 보호하는 보너스의 의미)로 불렸던 초코파이 등 남측이 제공하는 간식 대신 북한이 자기 체제에서 생산한 물품 구입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5년부터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해온 한 기업의 사장이 털어놓은 얘기다. 북한이 구매를 요구하는 물품은 식용유ㆍ과자ㆍ조미료 등이라고 그는 전했다.

특히 이 관계자가 제공한 사진엔 초코파이와 흡사해 보이는 ‘경단설기(사진)’라는 제품과 ‘닭고기 즉석국수’, 일본산 조미료인 ‘아지노모토(味の素)’와 비슷한 ‘아지노리키(AJI-NO-RIKI)’라는 제품이 있다. 그는 익명을 전제로 “지난해부터 노보물자를 100% 북한산으로 써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올해 3~4월부터 북한 제품으로 본격 납품하면서 초코파이 등을 납품하던 영업소는 거의 망했다”고 말했다.

정기섭 기업협회장은 북한의 일방적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둘러싼 남북 간의 갈등을 ‘치킨게임’으로 표현하며 “버릴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 치킨게임에서 이긴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버릴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측이 개성공단을 버릴 수 없다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남측에서) 기존 노동규정 범위 내인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 5%를 고집한다면 (남측) 관리위와 (북측) 총국 간 접점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며 “전세계 어떤 나라도 최저임금 5% 상한선을 두는 나라는 없다. (정부도) 융통성있게 그 부분을 받아들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최저임금 5.18% 포인트 인상률에 남측 정부가 유연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5%를 초과하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서는 먼저 남북 당국 간 공식 대화 채널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열고 대화를 통해 노동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5.18%라는 숫자에 얽매여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일방적 요구가 아닌, 남북 당국 간의 대화로 해결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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