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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 환자가 말하는 '메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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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5번 환자(50)가 8일 퇴원했다. 최초 환자 A씨(68)를 진료하다 감염된 그는 서울 강동구 365열린의원 의사다. 그는 전날 퇴원한 A씨의 부인에 이어 두번째 메르스 완치자가 됐다.

8일 퇴원한 그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만나 메르스 감염부터 완치까지의 상황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첫번째 환자가 병원 찾았을 때 어떤 상황이었나.

=환자가 병원 올때 컨디션이 아주 안 좋은 상태였다. 예전에 우리 병원에 다니던 환자라 평소 몸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데 너무 상태가 나빠져있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입원 치료받았지만 차도가 없어서 퇴원 뒤에 재차 치료를 위해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X-레이 촬영하고 10분 이상 상담했다.

제가 그분을 잘 알 아는데 외견 상으로나, 엑스레이 상으로 봐도 폐렴 소견이 너무 심했다. 상태 너무 안 좋아 삼성서울병원으로 바로 보냈다. 당시로서는 다른 질병 예상되는 소견은 없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폐렴이나 결핵 의심하고 치료했다고 했다.

-최초 환자와 접촉하기 전에 방역 당국에서 메르스 관련 정보 받은적있나.

=없다.

-그 환자가 메르스 확진됐다는 소식 어떻게 알았나

=질병관리본부에서 전화로 알려줬다.

-메르스는 생소한 질병인데 듣고 놀랐겠다.

=메르스라는 병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놀라지도 않았다. 사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라고만 알았다.

-당시 환자볼 때 거리는 어느 정도 됐나.

=50센티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다. 바로 앞에 앉혀놓고 보니까. 제가 오래 문진하는 스타일인데다 그 분이 워낙 할 말 많은 분이라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환자는 뭘 가장 심하게 호소했나

=호흡곤란, 고열 그 두 가지가 제일 심했다. 중동 여행 이력은 저도 알고있었다. 바레인 다녀왔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땐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몰랐다.

-지금은 공항에서 중동 다녀온 뒤 열나면 신고하라고 홍보하는데, 그때도 그랬다면 어땠을까. 피해자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된 것에 방역 정책에 대한 이런 점 고쳤으면 하는 부분있나.

=1차적으로는 의료진도 자기 성찰 해야 할 것 같다. 메르스라는 것에 대해 무지했으니까. 방역 정책은 내가 이야기할 상황 아니다.

-진료때 마스크 착용했나.

=독감 유행할 땐 마스크를 쓰고 한다. 독감 내원 환자가 하루 30명씩 나올때가 있는데 접종했어도 그런 경우에 전염되는건 아주 필연적이니 마스크 쓰고 진료한다.

하지만 특별히 그런 상황 아니면 마스크 쓰고 진료하는건 상상하기 어렵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고...마스크를 쓰고 진료하는걸 꺼리는 분위기인데 앞으로는 그리 될 것 같다. 기침, 고열있는 환자는 스스로 마스크 착용해야 하고 의료진도 스스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첫 증상은

=저는 느낌이 다르니까 메르스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메르스면 다행인지 불행인지 메르스일 가능성도 없을 가능성도 있다는 상태였고. 검사 상 확진 나왔을 때도 뭐 저는 그렇게 증상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 조기에 증상 초기에 바로 치료 들어가면 심하게 증상 진행되지 않을거라 본다. 열이 주로 나고. 약 부작용인지 병 부작용인지. 소화불량 증상이 제일 심했다.

-메르스 감염 뒤 본인 증상은 어땠나

=처음 20일에 환자가 확진 판결 받고 연락왔을 때부터 감염 우려있으니 세심하게 자신을 관찰했다. 그 당시엔 메르스 전염력이 확실치 않아서 주의하자는 상태였다. 마스크 쓰고 진료하는게 좋지 않나 싶어 마스크를 쓴 채로 이틀간 진료 더 했다.

그런데 2차 환자 발생하면서 전염력 없는 게 아니다 해서 진료 안하는 게 좋겠다 싶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대체 진료 선생님이 왔다.

제 개인적인 증상은 별로 없었고 확진 판정 전날, 그러니까 25일에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열은 별로 없었다. 그게 월요일이었나……그 다음날 되니까 열이 나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 검사해 봐야겠다 싶어 바로 (당국에) 연락했다. 월요일 저녁 되니까 열도 나고 근육통이 있었다. 당시엔 열이 그리 높지는 않았고 해열제 먹지 않아도 될 정도의 미열이었다.

-그 뒤엔 어떻게 진행됐나.

=소화 불량 같은 소화기 증상, 열, 근육통 증상이 있었다. 기침은 별로 없었다.
3, 4일 정도는 힘들었고, 5일째부터는 열도 좀 떨어지고 많이 회복됐다. 열이 심할 땐 39.7도까지 올랐지만 해열제 먹으면 떨어졌다. 증상 나아진건 일주일째부터인데 그때부턴 심심하면 책보고 시간 보냈다. 전반적으론 독감 증상보다 심하지 않았다.

소화기 장애 부분은 메르스란 병때문인지 인터페론 때문일지 잘 모르겠다. 인터페론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견디기 힘든 증상이나 통증은

=다른 분하고 비교될지는 모르겠다. 일찍 진단되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근육통 있고, 소화불량 증상 있고 열이 나고. 호흡곤란은 없었다. 독감도 걸려봤는데 독감의 통증을 7이라 하면 오히려 3,4 정도였다. 초기 치료해서 그런 것 같다. 근육통 주로 다리 쪽 심했다. 무릎이나 허벅지에 통증이 왔다.

근육통은 저녁에 잘 때 열감 느낀 그날 저녁부터 느껴졌다. 심한 정도 진통제 먹을 정도는 아니었고 근육통 있고 열감 있고 비정상적인 증상같다 싶어 격리 들어갔다. 죄송한 얘기지만 그리 심하지 않았다.

-심리적으로는

=저도 메르스 환자 진단 소식 듣고 메르스에 대해 여러가지 확인해봤는데 신장 합병증이나 이런 게 염려돼서 입원 당시에 상당히 걱정은 됐다. 증상이 미약해서 걱정됐지만 심한 걱정은 없었다.
특히 신장 합병증이 염려됐다. 신장 기능에 이상이 오는 것으로 돼 있어서 신장 기능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어 물을 많이 마셨다.

-격리병실 내 치료는 어땠나.

=격리병상 자체가 다른 시스템이더라. 처음 가봤다. 치료는 알려진 대로 항바이러스제 주사 맞고 열날 때 대증치료 받고. 식사하는 게 가장 불편했기 때문에 3일째부터는 수액 치료받았다.

식사를 못하겠더라. 식욕이 일단 없고. 속도 불편하고 처치 부작용인지 몰라도 설사도 하고 제일 불편한 게 소화기 장애였다.

-식사 못한 날도 많았나

=초기 며칠간 식사 못해서 유동식, 죽으로 먹었다. 링거 맞고 증상이 3~4일째부터 좋아져 밥을 먹게 됐다.

-격리병실 들어갈 때 어떤 준비해갔나

=면도기 준비하는 정도였다. 안에 갖춰질 게 다 갖춰져있다.

-격리병실에서의 하루 일상은

=처음에는 치료에 집중하느라 그런것 생각할 겨를 없었고, 아프지 않을 땐 괴로웠다. 비치된 TV 보며 지냈다. 외부와 연락 안 되는 게 답답했다. 스마트폰은 가지고 들어가서 바깥 상황은 보는데 잘못된 사실들이 인터넷 상에 올라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른 것 이야기하고 싶은데 대처 못하는게 제일 답답했다.

-어떤 부분인가.

=아무래도 저희 병원에 왔던 환자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었는데 확진 판정 받고 진료했다 이런 얘기들이 돌아서 괴로왔다. 확진 뒤에 환자 진찰했다 이렇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진짜처럼 알려져서….

-격리병실 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겠다

=많이 답답했다. 그래도 반드시 치료, 격리돼야 하는거니까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TV 보면서 이거 오핸데 정말 안타깝다 싶었던 거 있나. 또 다른 의료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안타까운 건 최초 환자 진단까지가 너무 오래 걸렸다는 거다. 저도 환자가 바레인 다녀온 사실 알았지만 메르스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첫 진단 나올 때까지 오래 걸렸다. 그래서 환자분이 제일 힘들었을 것 같다. 그로 인해 2차, 3차 감염자 많이 나온게 가장 안타깝다.

일단 의료진들도 열나고 기침하는 환자는 마스크 끼고 진료하는게 좋다고 본다. 또 환자분들도 자신이 기침하거나 하면 마스크 쓰고 다니는게 좋겠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이 심한데 완치된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나.

=신종플루(인플루엔자A) 사태 때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지만 지금 상황보다는 더 심했는지 덜 심했는지 몰라도 두려움은 같다고 본다. 그 당시에도 환자분들이 너무 무서워했는데 조기 진단하면 별 문제 없었다.

사실 48시간 내로 치료하면 큰 어려움 없이 치료되는 병이란 경험이 쌓이면서 요즘에 신종플루란 결과 나와도 크게 걱정 않는다. 제 경험 통해 보면 신속 진단, 치료 들어가면 크게 걱정할 필요없다. 자기 자신이 만성질환 갖고있지 않다면 우리나라 의료진 수준이 높기 때문에 치료받을 수 있다고 본다.

-확진 판정 받고 얼마 뒤에 격리병상 들어갔나?

=아침에 일어나 바로 연락드리고 6시간 뒤쯤 격리병상 입원했다. 병원에서 검사해서 확진됐다.

-감염 전 건강상태는

=저는 건강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몸상태는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는다. 기침은 아직 살짝 남아있다. 입원 전과 같다고 본다.

-격리병실에선 대화했나.

=거의 없다. 의료진과 상담 외에는.

-가족 걱정 됐겠다.

=가족 걱정이 제일 심햇다. 증상 나타났을 땐 집에서도 가족에게서 떨어져 지냈는데 전염력 얼마나 높은지 모르기때문에 같은 공간에 있어 혹시 전염된 게 아닐가 걱정된 것도 사실이다. 격리병실에서 계속 매일 전화했다. 다행히 이제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

-본인이 덜 고생한건 조기 진단 조기 치료라고 보나.

=제 생각에 저같은 경우 아프자마자 갔기 때문에 빨리 회복된게 아닌가 싶다.

-격리병실 규모가 어떻고 생활 어떤지. 구체적으로

=격리병실이라해서 다 막혀 안 보이는 건 아니고 창문도 있고 갖춰져있을 건 다 있어서 큰 어려움 없다. 단지 내가 나가고 싶을 때 못 나가고 보고싶은 사람 못만나는 게 어려운 부분이다. 1인 1실 체제라 별 어려움 없다. 격리 예상되는 환자라도 별 어려움 없다고 보고 겁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족들 상태는

=오늘 아내와 딸 자가격리 해제된다. 둘 다 아무 이상 없다.

-병원 직원들은.

=17일이 일요일이라. 그 분들도 다 격리 조치됐다. 그날 직원이 다섯 명 근무햇다. 환자와 마주친 동선에 있던 건 2사람. 물리치료실은 상관 없으니. 그 둘은 격리조치하고 특별한 문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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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전염병 진료 봤을텐데 메르스랑 어떻게 다른것 같던다.

=저는 메르스 환자를 본게 아니라 폐렴 환자를 본거라 특별하다 싶지는 않았고. 우리 병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 아니어서 큰 병원 보냈다.

-완치 판정은 언제쯤 받았나.

=증상 없어진 지 1주일 지나서 객담(가래) 검사 받고 1차 음성 뒤에 이틀 후에 다시 한 번 검사해서 그 결과는 어제 나와 오늘 퇴원했다.

-본인이 5번 환자인거 아는지. 오늘 87번 환자까지 나오고 격리자가 2000명 넘어간다. 진단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린 게 확산 원인이라고 지적하는데 어떤 시스템 고쳐야할까.

=모든 병원이 밝혀졌기 때문에 일반 시민이 직간접적으로 관련있으면 증상 나타나면 보건당국에 바로 연락해 검사해보는 수밖에 없다. 병원 알려지기 전까지는 열 나도 1차적으로 감기치료 받으면서 시간 지체된다. 몸 안 좋은 분들은 진행된 상태서 치료해 상태 더 나빠진다. 지금처럼 많은 관심 받고 이렇게 되면 첫번째나 14번 환자처럼 많은 사람에게 3차 감염 일으켰을 때나 알려진다.

-정부가 병원 공개했는데 부담되지 않나. 앞으로 걱정은

=반드시 필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안 좋은 면이 많이 있다.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타격 적지 않을 텐데.

=병원 운영은 운영이고 꼭 해야하는건 해야하는 거라 본다. 전체적으로 메르스 진정된다면 다시 회복될 거라고 생각한다.

-병원 문을 나선 소감은

=메르스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 두려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 경험 통해서 보면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 말고 빨리 이상증상 나타나면 빠른 진단 받고 치료하면 큰 문제 없이 회복될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저를 통해서라도 그런 사실이 전해진다고 하면 그것으로 다행이라고 본다.

이제 퇴원하는구나 기분 좋았다. 증상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없었고 몸의 불편함은 없었고. 그래도 치료 절차가 있어 안에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민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주일 정도 좀 더 만약을 대비해서 격리하고. 격리할 필요 없다는데 스스로 좀 하고 병원 나가보려고 한다. 다음주쯤 다시 열려고 하는데 환자가 올지는 모르겠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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