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22억원 재난로봇대회, KAIST ‘휴보’ 역전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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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6일(현지시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로봇 대회에서 우승한 KAIST 팀의 오준호 교수(앞줄 맨 가운데 안경 쓴 사람)와 팀원들이 상금패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KAIST·DARPA]
KAIST 로봇 휴보가 무릎을 꿇고 건물 문을 여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KAIST·DARPA]

오준호 KAIST 교수 연구팀이 만든 한국 로봇이 세계 최강의 재난대처 로봇 자리에 올랐다.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센터장 오준호 기계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휴보(Hubo)가 그 주인공이다. 이 로봇은 5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에서 열린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람 대신 사고 수습을 맡을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마련됐다. DARPA는 ▶자동차 운전 ▶차에서 내리기 ▶문 열기 ▶밸브 잠그기 ▶드릴로 벽에 구멍 뚫기 ▶험지 돌파 ▶계단 오르기 등 8개 과제를 가장 빨리 끝내는 로봇에 상금 200만 달러(약 22억원)를 걸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전 세계 24개팀이 도전장을 던졌고, 한국에서는 KAIST와 서울대(로봇명 똘망SNU), 로봇기업 로보티즈(로봇명 똘망)가 참가했다.

 휴보는 대회 첫날에는 벽에 구멍 뚫는데 시간을 지체해 6위(7개 과제 성공, 46분4초)에 머물렀다. 하지만 둘쨋날 참가팀 가운데 가장 빠른 44분 28초 만에 8개 과제를 모두 마쳐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2위는 플로리다대 인간기계연구소(IHMC)의 ‘러닝 맨’, 3위는 카네기멜론대의 ‘타르탄 레스큐’에게 돌아갔다. NASA의 ‘로보시미안’은 5위, MIT의 ‘헬리오스’는 6위, 도쿄대의 ‘HRP2’는 14위에 그쳤다. 서울대와 로보티즈는 각각 12위, 15위를 기록했다.

 ‘휴보의 아버지’ 오준호 교수는 “이번 대회는 완성된 로봇이 아니라 완성까지 가는 단계를 보여준 대회였다”며 “지금보다 더 완벽한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출국 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로봇은 원전이나 전쟁터 같이 사람이 갈 수 없는 곳, 의료 현장 등에서 절박한 사람들을 위해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며 “로봇 기술의 발전은 끝이 없고 부가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2004년 국내 최초로 휴머노이드 휴보를 만들었다. 이후 사람을 태우고 걷는 탑승형 휴보 FX-1, 첫 모델에 비해 훨씬 가볍고 날렵해진 휴보2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모델(DRC 휴보)은 그의 지도로 KAIST 박사과정 학생 10명, 석사 4명, 교내 벤처기업 ‘레인보우’의 박사 4명이 한 팀이 돼 만들었다.

 한편 이번 대회 24개 팀 중 3위를 차지한 카네기멜론대가 휴보를 사용하는 등 총 10개 외국팀이 한국산 하드웨어(로봇 본체와 부품)를 사용해 대회기간 화제가 됐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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