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9세 구원왕·타점왕 … 야구 나이 끝이 안 보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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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왼쪽부터 손민한, 임창용, 이호준.

프로야구에서 나이의 한계가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은퇴 기로에 섰을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베테랑들이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이기고 있다.

 NC 선발 투수 손민한(40)은 올 시즌 10경기에 나와 6승 4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 중이다. 지난 3일 프로야구 최초로 400홈런을 쏘아 올린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은 타율 0.295, 10홈런으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구원 1위(14세이브)를 달리고 있는 임창용(39·삼성)은 최고령 구원왕에 도전한다. 역대 프로야구 구원왕은 모두 33세 미만이었다. 5월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이호준(39·NC)은 1994년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율 0.323, 타점 62개, 홈런 14개로 NC 공격을 이끌고 있다. 타점은 4일 현재 1위에 올라 있다.

 야구선수의 전성기는 보통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로 본다. 이영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한국의 야구경제학』에는 투수 전성기가 30.9세, 타자는 28세라고 나온다. 이후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면서 30대 중반 은퇴를 고민하고, 40세 전에 유니폼을 벗는다. 2009년 투수 송진우(50)가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등판 기록(43세7개월7일)을 세우고 은퇴할 때 화제가 됐다.

 이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정진욱 박사는 “과거에는 부상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해 일찍 은퇴하는 선수들이 많았다”며 “체력 관리와 부상 방지가 과학적으로 이뤄지면서 선수 생명이 길어졌다. 선수들의 은퇴 시기는 점점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민한은 선발 로테이션 특별 관리로 부활했다. 5선발 로테이션 체제에서는 등판 후 4~5일이 지난 뒤 마운드에 다시 오른다. 손민한은 시즌 중 가끔 1군 엔트리에서 빠져 긴 휴식을 취했다. 지난 5월 10일 롯데전 승리 후 12일이 지난 5월 22일 넥센전에 등판해 승리를 추가했다. 이후 6일 만에 등판하는 등 상황에 맞게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최일언 NC 투수코치는 “나이가 있는 만큼 한 번 던지면 체력이 바닥난다. 힘을 다시 끌어올리기까지 젊은 선수보다 2~3배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충분히 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자기관리의 대명사다. 프로 21년차지만 여전히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오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노력파다. 내년에 마흔 살이 되는 이승엽은 적절한 은퇴 시기를 고민 중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워낙 자기관리가 철저해 40대 중반까지도 뛸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승엽의 신인 시절 은사였던 박흥식 KIA 타격코치는 “모범적으로 몸을 관리하는 이승엽이라면 50세까지도 야구를 할 수 있다. 스스로 은퇴 나이를 정하지 않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국 야구에도 50대 선수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50대 선수가 나왔다.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령 선수는 1965년 캔자스시티 애슬레틱스에서 59세까지 던졌던 사첼 페이지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야마모토 마사히로(50·주니치 드래건스)가 현역 최고령 투수로 활약 중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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