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마르코스 운동에 앞장 선 비 공군현역 「얍」대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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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군인정신이 투철한 필리핀의 한 공군장교가 상관의 권력남용과 「아키노」 전상원의원 암살사건에 충격을 받아 반「마르코스」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아텔베르토·얍」대령(36)은 필리핀 공군에서 ,유달리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장교.
비행학교 재학 시 용감성이 인정돼 생도로는 처음으로 동십자 훈장을 받고 수석 졸업생이기도 한 그가「마르코스」정권에 등을 돌리게된 첫 동기는 직속 상관과의 불화.
82년 필리핀 공군사령관「빈센테·피치오」중장의 행정참모였던 그는 불행히도 남편의 부하를 자신의 부하로 착각하는 장군부인에게 시달림을 받았다.
장군부인이 자신의 차에까지. 가솔린을 넣어달라는 부탁을 사적인 용무에 응할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그는 마닐라에 있는 필리핀 공군 35사단으로 쫓겨났다.
전출 된지 몇달뒤 「얍」대령은 또다시 「피치오」장군과 충돌하게 된다.
「마르코스」대통령의 딸 「이메」 결혼식 때 피로연에 쓸 아이스크림 운반용으로 비행기를 빌어달라는 「피치오」장군의 요청을 단호히 거부한 것.
그는 「아키노」 암살사건이 나자 정부가 공군까지 이용했다며 『국민들 보기가 부끄러워 군복을 입고 다닐 수 없다.』고 아내에게 한탄했다. 「얍」여사는 얼마 뒤 실의에 빠진 남편을 개혁의지를 가진 군인과 야당 인사들에게 소개했다. 「아키노」사건이후 남편보다 먼저 야당세력의 중심인물로 변신한 「얍」부인은 지난5월 총선에서도 반 「마르코스」 기치를 높이 들어 야당 선거운동에 앞장섰었다.
주위에서는 「얍」 대령에게 정치일선에 뛰어들어 보라고 극성이지만 그 자신은 『군은 정치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굳게 지키며 끝까지 군에 남아있기를 고집했다.
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아키노」의 동생 「아가피토」씨는 이 같은 그의 군인정신을 칭송하며 대중 앞에서『「얍」대령은 나의 참모장』이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필리핀군부에 「얍」대령과 같이 정부와 군부의 부패에 혐오를 느껴 반「마르코스」로 돌아선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이 필리핀의 장래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필리핀의 많은 국민들은 믿고있다. <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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