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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버리고 생각하는 여유 갖자|학생회장 직선·호국단 기능 전면거부 말아야|대학은 민주주의와 자치의 훈련장|금창태<금집부국장겸 사회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학도호국단은 총학생회 부활로 대체되어야한다』는 학생들의 주장과 『총학생회는 절대로 인정할수 없다』는 대학당국의 방침이 한치의 양보도없이 팽팽히 맞서면서 학생자치기구문제는 「자율화대학가」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서울대 경찰투입사건도 따지고보면 총학생회와 학도호국단의 갈등에 그 뿌리가 있었다고 볼수 있다.
학생들은 『우리손으로 뽑은대표를 제명했다』는것 때문에 학교당국의처사에 승복할수없다며 고사거부로 반발했다.
학교당국은 지금도 『학생회는 불법단체다. 학도호국단만이 유일한 학생대표기구』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있다.
그런데도 서울대 외에 고대·연대·경희대등에서는 이미 총학생회가 실제로 구성됐고다른대학에서도 이번학기중에조직될 움직임이라 한다.
학생들은 호국단을 「전면거부」하고 학교측은 총학생회를 「전면부인」하고 있다.
이같은 양극화상태가 해소되지않는 한대학가의 평온은쉽게 기대할수 없다.
오늘의 학원사태가 단순히학도호국단이냐, 총학생회냐의문제만은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학교당국은 「대학문제는 대학스스로」라는 자율화시책의 선언정신으로 돌아가고, 학생들은 「대학의 주인은 학생과 교수」라는 평범한 상식에 잠시 생각을 돌리는 여유를 갖는다면 학원사태해결의 길은 찾을 수도 있다고 본다.
자율화를 한다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대표를뽑는자치기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결여된것이라고보아야한다.
정부당국이나 학교측은 학생들이 그들의 자치기구대표를 직접 선출할 권리를 갖게함으로써 진정한 자율화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대학이란 본질상 민주주의와 자치의 훈련도장이며 그척도로 이해돼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대표권은 그구성원의 동의에 의해서만 정당화된다.
『누가 너보고 대표가 되라고하더냐』고 물었을때 『내가힘이 세니까 대표가 된다』, 또는 『총장이 시켰으니까 내가한다』고 대답한데서야 그구성원을 대변할수 있는 참다운 의미의 대표라고는 할수가 없다.
호국단이 물론 대표를 단원이 선출하지 않는것은 아니지만 간접선거를 고집하는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진정한 학생대표기구가 되기위해서는 모든 학생들이 마음으로부터 우리의 단체라는애착을 갖게해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그대표의 선출도 학생개개인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함께 참여할 수있는 방법으로 허용돼야 한다.
만약에 학도호국단이 학생대다수의 호응을 받지못하고있다면 학교당국은 그 원인을깊이 분석하고 학생들과 더불어 활성화방안을 모색해야 할줄안다.
기왕에 자율화를 표방해놓고 학생자치기구에 대해서만은 무조건 기존의 「틀」을 고수하려는 대학당국의 자세는이런관점에서 신중히 재검토되어야할 싯점이 아닌가본다.
다만 학생들도 호국기능을전면부정하겠다는 취지의 자치기구발상은 일부 유보함으로써 「대학인의 지성」을 발휘해야 할줄안다.
학생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직선자치기구의 명분과 필요성을 십분인정하더라도 그 과정과 결성된 기구의 활동자체가 민주적이고 지성적이지않고서는 오히려 직선의 명분을 잃게되고 또다른 반작용의 합리화 구실을 할수도있다는 우려때문이다.
「폭력에 맞서는 또하나의 폭력」,「독선에 도전하는 또하나의 독선」으로는 문제의 근원적해결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증오와 불신의 확대재생산을 통해 물리적강제력에서 우세한 폭력의 열성유부을 결과할뿐이라는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학생들이 스스로대학의상징인 총장을 매도하고 교수에대한 존경심을 팽개친다면그순간에 대학의 권위도, 그속에 몸담은 학생자신들의 명예도 한꺼번에 허물어지고만다는 사실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자명해진다. 대학의 권위가 바로설때 학생들의 발언권은 그만큼 커지고 일반의 공감도 얻을수 있다. 대학의 권위를 주인인 학생스스로 허물면서 누구에게 대학의 권위에 바탕을 둔 자율을요구할수 있을것인지. 대학가의 움직임을 보며 안타깝게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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