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대 타자」들도 "솜방망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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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2년 서울 세계 야구선수권대회 우승팀이었던 한국이 2년만에 열린 쿠바 제28회 대회에서 5위로 밀려났다.
이결과에 대해 대표팀 한을룡 감독은『한마디로 우리 팀의 전력에 비하면 오히려 성적이 좋은 편』 이라고 반론을 편다.
지난달 14일부터 15일 동안 벌어진 이번 대회에는 LA올림픽 우승팀 일본을 비롯, 미국· 대만 등 13개국이 출전했었다. 한국은 당초 이번 대회가 LA올림픽에서의 부진을 씻을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 기대를 걸었으나 3위권 입상에 실패했다.
1일 귀국한 한 감독은 『미국을 비롯, 일본·대만 등 LA 상위국 대표팀 가운데 대학부선수 대부분이 올림픽이 끝난 직후 학교로 돌아가 이들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고 평하고 『미국이나 일본과의 경기는 비록 지기는 했어도 내용상으론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변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러한 성적부진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인가.
『경기를 치르는 동안 작전이고 무엇이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한 경기에서 겨우 2∼3개의 안타 밖에 때리지 못했으니까…. 반면에 부상이 완쾌되지 못한 선동렬에게 5회씩만 맡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그 결과 선이 방어율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고 설명한 한 감독은『국내에서 3할대 이상의 타자들이라는 점만 믿고 덤벼든 게 잘못이다. 공격에서도 연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고 털어놓았다.
야구협회는 지난8월 LA올림픽에서의 성적부진을 이유로 세계대회를 불과 한달 여 앞두고 대표팀 감독을 김정옥 감독에서 한 감독으로 교체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새 체제의 지도에 적응하느라 효과적인 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 따라서 변덕스런 코칭스태프의 개편이 성적부진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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