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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이상’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 북한 전역 사정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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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3일 오전 충남 태안 인근의 국방과학연구소(ADD) 해상발사 실험장에서 사거리 500㎞ 이상인 현무-ⅡB 개량형 탄도미사일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청와대]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현무-ⅡB 개량형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 국방과학연구소]

“5, 4, 3, 2, 1, 발사!”

 3일 오전 충남 태안반도 인근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 통제관의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발사대를 박찬 신형 미사일이 흰색 연기를 내뿜으며 순식간에 남서쪽을 향해 날아갔다. 국산 기술로 만든 사정거리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현무-ⅡB 개량형) 발사실험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미사일 발사 장면은 발사장 인근의 안전지대에 마련된 실내 관람대에서 목격됐다. 관람대에 설치된 스크린으로도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ADD 관계자는 “구체적인 제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개발하고 있는 사거리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이었다”며 “북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군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육군 미사일사령부에 해당 미사일들을 배치할 예정이다.

 스크린에는 또 다른 미사일(철매-Ⅱ 개량형)이 발사대를 수직으로 뚫고 나와 발사되는 영상이 나왔다. 영상 속 미사일은 잠시 멈칫한 채 몸체 상단 좌우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자세를 잡더니 화염을 내뿜고 상공으로 날아가 공중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전투기를 격추하기 위해 개발한 기존 미사일을 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량 중인 유도미사일이었다. ADD는 철매-Ⅱ 개량형 미사일도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청와대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책회의가 계획돼 영상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이날 발사실험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관했다. 현직 대통령이 ADD 발사장을 찾은 건 1985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30년 만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핵심전력 개발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발사실험 직후 시험장 구내식당에서 관계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개발자들을 격려하고 미사일 제작에 사용된 기술을 꼬치꼬치 물었다. 한 참석자는 “무기 개발에 첨단기술이 사용되는 만큼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자주국방에 활용하고 민간이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군은 그동안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내용은 극비에 부쳐왔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실험을 하자 한국군의 공격과 방어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공개한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명확할 경우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의 핵심수단이다. 사거리 500㎞ 이상인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은 1t에 이르며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에 비해 정확도가 높다고 한다. 군은 2012년 10월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늘리기로 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이후 사거리를 800㎞(탄두 중량 500㎏)까지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매-Ⅱ 개량형은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용이다. 10~15㎞를 비행하는 적의 항공기를 요격하기 위해 개발했다. 군은 이를 개량해 15㎞ 이상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패트리엇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

 ADD는 이날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의 공기부양정과 파도관통형 고속함정(VSV)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 중인 2.75인치 유도로켓 실험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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