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노 전 장관 "위안소와 위안부의 존재는 숨길 수 없는 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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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전후 70주년을 맞아 8월 발표할 ‘아베 담화’에 사죄 문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일 교도통신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피해자는 (일본이) 사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며 “과거 전쟁에 대한 사죄 문구를 명기하지 않으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후 50년 무라야먀(村山) 담화와 전후 60년 고이즈미(小泉) 담화의 핵심인 ‘식민지 지배·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빠질 경우 한국·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고노 전 장관은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군 시설 안에 위안소가 있었고, 위안부가 있었다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로 정착됐다”며 “위안부들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방장관 시절인 1993년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아베 내각과 집권 자민당의 우익 정치인, 산케이신문 등 보수 언론은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정하며 고노 전 장관을 공격하고 있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靖?) 신사를 각료 등이 참배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매년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누구나 거리낌없이, 외국 정상과 일왕도 참배할 수 있는 국립 추도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노 전 장관은 아베 정권의 행보를 줄곧 비판해왔다. 지난 2월 나고야(名古屋) 강연회에서는 “보수 정치라기보다는 우익 정치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아베 총리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관련, “일본의 역사인식이 10년 단위로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쓴소리도 했다.

본인이 발표한 ‘고노 담화’에 대해선 “분명한 입증 자료가 없는 것은 쓰지 않았다”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에 대한 문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강제성을 보여주는) 몇 건의 구체적인 것이 있다”고 말했다.

고노 전 장관은 오는 9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함께 도쿄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전후 70년 일본과 ‘아베 담화’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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