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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산임수’ 귀어·귀촌 인기 … “SNS로 대게 팔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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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북 영덕으로 귀어한 김건희씨가 건조 작업장에서 청어를 말리고 있다. [사진 귀어귀촌종합센터]

“딩동.” 전상휘(43)씨의 스마트폰이 울리더니 ‘영덕 대게 2㎏ 주문합니다’라는 메시지가 화면에 떴다. 스마트폰의 은행 앱으로 입금을 확인한 전씨는 스티로폼 상자에 대게와 얼음을 채워 택배를 보냈다. 전씨가 경북 영덕에서 어부로 변신한 것은 3년 전. 20년간 근무했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귀어를 결심한 그는 대출을 받아 어선을 구입했다. 잡은 수산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홍보했다. ‘온라인 발품’을 판 덕에 매출도 꾸준히 늘었다. 전씨는 “도시에서 온 초보 어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퇴 시대 4050 조퇴 귀농 <하>
관광객 많은 바닷가 경치 좋은 곳
어업·밭농사에 펜션사업 부수입
귀어센터 8개월간 1400명 상담

 도시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사는 방법엔 귀농·귀촌만 있는 게 아니다. 농촌으로 가는 귀농과 함께 바닷가 마을로 향하는 귀어·귀촌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시 기장군에 들어선 귀어귀촌종합센터의 경우 8개월 만에 상담자가 1400명을 넘어섰다. 귀어인들은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얼마든지 도시 때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고 스트레스도 적어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퇴직을 앞둔 50대 초중반 직장인들 사이에서 ‘바닷가 경치 좋은 곳’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귀어·귀촌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이 있는, 이른바 ‘배산임수(背山臨水)’ 마을도 인기다. 어업과 밭농사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장점에 관광객도 다양하게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영덕·울진 등 귀어·귀촌이 활발한 지역 대부분이 배산임수형 마을이다.

 김건희(56)씨는 이 지역 귀어인들에게 ‘멘토’로 꼽힌다. 펜션 운영과 수산물 건조업을 함께하는 그는 귀어에 앞서 3년간 준비한 ‘공부형 귀어인’이다. 대기업 조선소에 다니던 그는 3년간 준비 끝에 2012년 귀어한 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영덕 고향마을에 3층짜리 건물을 지었다. 1층은 수산물 건조 작업장, 2·3층은 펜션이다. 가자미철에는 이를 말려 돈을 벌고 여름철에는 펜션 손님을 받아 추가 수입을 얻었다. 지금은 연매출이 1억원을 넘는다. 인근 지역 귀어인들과 조합 설립도 준비 중이다. 김씨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것 말고도 귀어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어촌에 살고 있는 가족 도움을 받으면 귀어가 한결 수월하다. 어업 기술도 쉽게 배울 수 있고 농촌보다 까다로운 어촌마을 주민들의 텃세도 비껴갈 수 있다. 부산시 기장군에서 다시마어장을 운영하는 최일천(50)씨도 울산에서 귀어한 뒤 아버지에게 어장과 어촌계원 자격을 물려받았다.

 2012년 귀어한 유헌(53)씨는 최씨와는 정반대로 아무 연고도 없는 전남 완도에서 굴양식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어차피 얼마 못 가 떠날 것”이라며 쉽사리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유씨가 노인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각종 경조사도 빠짐없이 챙기자 하나 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최덕부 귀어귀촌종합센터장은 “교육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영수 부경대 교수는 “시범마을을 조성하는 등 정부도 다양한 귀어 정책을 펴 나가야 할 때”라며 “안정적인 롤 모델이 만들어진다면 귀어 인구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신홍(팀장)·송의호·전익진·김방현·차상은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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