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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감독, 지하철역 선로 추락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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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화 ‘고래사냥’으로 유명한 배창호(62·사진) 감독이 지하철 선로로 추락해 부상을 입었다. 서울 수서경찰서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배 감독은 1일 오전 5시58분쯤 서울 대치동 분당선 한티역 왕십리 방향 철로로 추락했다. 해당 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지 않다.

 배 감독이 선로로 추락했을 당시 도곡역 방면에서 한티역으로 열차가 진입하고 있었다. 열차 기관사가 배 감독을 보고 급히 멈춰섰지만 배 감독이 있던 자리를 지나친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배 감독이 열차 바퀴와 승강장 사이 공간으로 몸을 피해 큰 사고는 면했다. 그는 사고로 얼굴과 복부 등에 타박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배 감독이 스스로 선로로 뛰어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관사가 ‘(배 감독이) 승강장에 서 있다가 갑자기 철로로 뛰어내렸다’고 진술했고,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배 감독이 최근 작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강박증이 생겼고 수면장애를 겪어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자살미수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추가 조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 감독의 사고 소식에 영화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이장호(70) 감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 감독이 최근 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불면증과 기력 부족에 시달려왔다”며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지하철을 타러 갔다가 발을 헛디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감독은 ‘꼬방동네 사람들’(1982)로 데뷔한 뒤 ‘고래사냥’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깊고 푸른 밤’(1985) 등 을 내놓았다. 2000년대엔 ‘길’(2006) ‘여행’(2009) 등 독립영화를 연출해왔다.

정현목·박병현 기자 park.b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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