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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 중 뇌물 요구하고 성추행한 혐의 경찰 구속영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잇따른 성추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찰이 또 성추문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음주 운전을 눈 감아 주겠다며 경찰서 안에서 여성 운전자에게 금품 500만원을 요구하고 성추행까지 한 경찰관이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16일 서울 청담동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불법 유턴을 한 30대 여성 운전자 A씨에게 금품 500만원을 요구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 K(48)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K경위는 이날 오전 3시 15분쯤 불법 유턴하던 A씨의 고급 외제승용차를 적발했다. 차 안에서 술 냄새가 나자 K경위는 음주 감지기를 갖다댔고, A씨가 술을 마신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K경위는 당시 음주 감지기 외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음주 측정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측정을 위해 A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로 데려갔다.

성추행은 이들이 경찰서에 도착한 직후 일어났다. 오전 3시40분 K경위는 선처를 호소하는 A씨를 사무실 인근 비상계단으로 데리고 갔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이 자리에서 A씨에게 직접 5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곧바로 A씨를 끌어안고 입맞춤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A씨는 이밖에도 다른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K경위 역시 한 차례 포옹과 입맞춤 시도 등 신체접촉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금품 요구에 대해서는 “음주측정을 해보면 벌금이 최대 500만원까지 나올 수도 있다고 얘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이 있은 직후 사무실로 돌아와 측정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 미만으로 훈방조치 대상이었다.

경찰은 21일 관련 사실을 인지한 직후 K경위를 대기 발령 조치하고 수사에 착수했으며 ,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징계할 예정이다. 또 과장, 계장급 감독자에 대해서도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경찰은 최근 잇따른 성추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최근 채팅 앱에서 만난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202경비단 소속 김모(34)경장을 구속한 바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도 최근 후배 여경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위 한 명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7일에는 영등포서 소속 여경 50명이 이 사건과 관련해 “성추행 경찰을 엄정 수사해달라”는 탄원서를 수사과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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