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폭탄급 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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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독정가에「검은 돈」파동이 일고 있다. 조그마한 뇌물 스캔들이 아니고 체제 자체를 흔들지도 모를 엄청난 회오리라서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관련된 정계·재계의 인물이 3천명이나 된다.「수소폭탄급 부정」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4개월전 일어난 「람스도르프」경제상사건을 단순한「TNT폭탄급 사건」 으로 본 대응 평가다.「람스도르프」는 서독 최대의 군수재벌 플리크사로부터 13만5천마르크(3천6백만원) 를 받은 혐의로 장관직에서 물러나 재판대에 서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두사건이 도화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시사주간 슈피겔지는 82년「람스도르프」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도 폭로했던 것이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3천명 가운데는「콜」수상,「라이너·바르첼」연방의회의장,「슈트라우스」기사당당수,「겐셔」외상경 자민당당수,「브란트」전서독수상겸 사민당당수등 쟁갱한 이름들이 포함돼 있다.
그중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바르첼」연방의회 (하원) 의장은 25일 드디어 사표를 제출했다.
슈피겔은 1973년 당시 기민당당수였던「바르챌」이 지금의「콜」수상에게 당수직을 넘겨주는 댓가로 플리크사로부터 모두 56만6천달러(4억5천3백만원)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바르첼」은 물론 그 혐의 사실을 부인했지만 슈피겔이 제시한 플리크사의 비밀회계장부 사본은 엄연한 물증이었다.
이에 그치지않고 언론들은 다투어「검은 든」거래의 남은 내용들을 보도했다.
그가운데는 기민당과 기사당이 5백만달러, 자민당이 2백만달러, 사민당이 1백43만달러를 받았다는 것도 있다. 녹색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검은 돈 거래에 말려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따라서 서독은 지금 건국후 최대의「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위기를 잘 넘긴다 해도 정치불신이란 음영은 서독의 장래를 오래 위협하리란 예측도 있다.
근면과 정직을 자랑하던 서독인들이 얼굴을 못들게 됐다고 해서 더 서글프다는 사람도 있다. 정치 스캔들은 물론 세계 도처에 있다. 미국에서도 예산을 좀먹는 공무원 문제가 있고 소련에도 뇌물을 받으며 호사스럽게 사는 공직자 군상이 도사리고 있다. 또 중공 특권층의 부패행각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 전수상「다나까」의 수뢰사건은 일본정계의 씻지 못할 오점으로 남고있다.
정계와 재계의 검은 돈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보이는 것은 자유로운 폭로 언론이 건재할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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