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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까딱까딱하니 스마트워치 노래가 켜졌다 꺼졌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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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스마트워치의 작은 화면에서 도대체 몇번이나 탭(tap·톡톡 두드리기)해야 원하는 기능을 찾을 수 있을까.’

 스마트워치 사용자들이 느끼는 불편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도 곧 해소된다. 모바일 기기의 화면을 탭할 필요 없이 간단한 손가락 제스쳐 만으로 기기를 제어할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Input/Output)에서 손가락동작 인식 기술 ‘솔리’(Soli)를 발표했다. 솔리의 핵심은 손가락 움직임이 1mm만 달라져도 이를 포착해 내는 레이더(전파탐지) 기반 초소형 센서다. 구글은 10개월 만에 피자 상자만하던 센서를 어린이 손가락 한마디보다도 작은 SD카드 크기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초소형 기기에도 탑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구글은 “앞으로 웨어러블(착용하는) 컴퓨터의 화면은 계속 더 작아질 것”이라며 “솔리는 이런 초소형 웨어러블 기기를 더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솔리가 상용화되면 스마트워치의 화면이 현재보다 더 작아져도 각종 기능을 조작하는 데 불편이 없어진다. 화면을 만지지 않고도 손가락만 까딱하면 앱도, 음악 볼륨도, 알람시간도 모두 제어할 수 있다.

 이날 구글은 “스마트 옷감 ‘자카드’(Jacquard)를 청바지브랜드 리바이스와 손잡고 다양한 의류 제품으로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핵심은 전기가 통하는 ‘실’ 모양 센서를 양산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옷 밑에 붙여 우스꽝스러워 보였던 스마트재킷과 달리, 기술이 디자인 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5월 30일자 21면

 구글은 이를 위해 일본 간사이 지방의 방직공장, 런던의 테일러 디자이너 등 패션산업의 주자들과 폭넓게 협업했다.

 자카드가 발표되자 온라인에서는 “섬유재질 소파부터 자카드를 쓰자. 앞으론 리모컨 잃어버려도 걱정이 없겠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이외에도 구글은 기기에 꽂기만 하면 보안프로그램이 가동하는 보안전용 SD카드 ‘볼트’도 공개했다. 볼트가 상용화되면 모바일 기기 제조사나 특정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보안기술에 의존할 필요 없어진다. 구글은 “어떤 기기를 쓰든 볼트만 끼우면 데이터와 비밀번호 등이 기기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바일기기의 사용방식을 뒤바꿀 이런 기술들은 구글의 ‘모바일 혁신전사(ATAP·Advanced Technology and Projects group)’팀이 개발했다. ATAP의 임무는 모바일 분야를 혁신할 선행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이뤄내는 것. 그래서 ATAP에선 어떤 프로젝트이든 수명이 2년으로 제한된다. 2년간 연구했어도 상용화 가능성이 낮으면 과감히 접는다. 그래서 구글 안의 스타트업(초기창업기업)으로 불린다. 비밀연구소 구글[x]가 구글글래스·룬 프로젝트(열기구 인터넷보급)·자율주행자동차 등으로 10년 후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면, ATAP는 ‘빠른 속도’로 혁신기술을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올해 시장 출시를 앞둔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 3차원 인식 태블릿 ‘탱고’, 예술가·영화제작자를 위한 3D 콘텐트 제작 플랫폼 ‘스포트라이트 스토리’ 등이 ATAP의 작품이다. ATAP를 이끄는 리더는 미 국방성 최고연구조직인 다르파(DARPA) 출신의 여성 임원 레지나 듀간이다.

 듀간 총괄은 “ATAP는 거칠고도 아름다운(badass and beautiful) 기술을 생각하는 팀”이라며 “전 세계 30여 개 대학, 22개국의 514개 파트너들과 더 혁신적인 기술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이날 칩셋제조사 퀄컴은 “구글 ATAP 팀과 함께 실시간으로 3차원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탱고 폰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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