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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최대 종합 화학 메이커 「뒤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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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뒤퐁은 자체 기술로 나일론을 개발, 의생활의 혁명을 일으킨 회사라고 최근에는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 왕복선 콜롬비아호의 주요 부품에서 치약에 이르기까지 2천 여종의 제품을 생산해 내는 세계 최대의 종합 화학 메이커로 위치를 확고히 했다.
우리에게 뒤퐁으로 알려진 이 회사의 원명은 「E. L. Du Pont de Nemours & Company」
프랑스의 유명한 정치 철학자 「피에르 사뮈엘 뒤퐁」의 2남인「엘텔·이레네·뒤퐁」므루가 1802년 미국으로 이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화약 공장을 차린 것이 뒤퐁 탄생의 신호탄이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대 기업 순위 8위에 랭크됐다. 매출액은 3백52억 달러로 한국 4대 그룹(현대·삼성·럭키금성·대우)을 합한 것(2백99억달러)보다 많으며 순익은 16억3천8백만 달러를 기록해 한국10대 기업(5억3천5백만 달러)의 3배를 넘어선다.
화약 회사로 출발한 뒤퐁의 발전사는 전쟁이 있을 때마다 놀라운 신장을 보였다. 니트로글리세린을 원료로 한 다이너마이트를 개발, 남북 전쟁과 전후 철도 건설에 두루 쓰였고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유기 화학 분야에 뛰어 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1차 대전 당시 미국은 염료 의약품 등 정밀 화학 제품의 많은 양을 독일에 의존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전쟁으로 중요 화학 제품의 절대량이 부족한 점을 이용, 뒤퐁이 이들 제품의 국산화를 이루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이다.

<전쟁 때마다 신장>
1920∼1930년 프랑스로부터 기술을 도입, 기초 화학 분야를 굳혀 가면서 셀로판 레이온을 기업화했고 영화 필름·X레이 필름 등으로 영역을 넓혀 나갔다. 또 뒤퐁은 농약 원료 등 무기화학에도 손을 대고 속 건성 도료 개발에 성공, 자동차의 대량 생산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처럼 닥치는 대로 기업을 확장, 종합 화학 메이커로의 체제를 정비한 뒤퐁은 지배권 획득에도 관심을 가져 GM의 주식을 대량으로 가지게 됐다.1919년에는 GM보통주의 27 6%를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독금법 위반으로 제소돼 23%의 GM주를 매각해야 했다.
화학 회사에서 종합 화학 메이커로 변신한 뒤퐁이 조준한 다음 타기트는 합성섬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뒤퐁은 세계 최초의 모험을 건 사업을 벌였다. 전문 연구진인 박사팀을 고용하고 연구소를 설립한 것이 바로 그것.
하버드대에서「카로자스」박사 등을 초청,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이 시도는 마침내 섬유 혁명이라 불리는 나일론을 개발, 「오늘의 뒤퐁」을 이루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견보다 가늘고 철보다 강한 섬유」로 불리는 나일론의 용도는 무궁 무진,공장의 굴뚝은 기하 급수로 늘어났고 뒤퐁은 번영을 구가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개발된 테프론은 나일론과 함께 2차 대전 중 미국 정부로부터 군수물자로 지정됐다.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획기적인 신제품의 개발 러시를 이룬 뒤퐁은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이 제품들을 개량하고 용도를 확대해 나가는 한편 탈 섬유, 탈 플래스틱에 착수했다.1969년 엔도연구소의 매수에 이어 의약품 분야에 진출하고 1972년에는 버그 일렉트로닉스를 흡수, 일렉트로믹스 부문을 단숨에 확충했다.
해외 진출도 58년 국제 사업부 설립을 계기로 활발해져 현재 세계 48개국에 70개의 공장, 84개의 지점, 자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최근에도 일본의 삼공과 합작, 뒤퐁 삼공의약을 설립 하는 등 해외 시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손을 대는 대로 성공을 이룬 뒤퐁이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구원만 5만여명>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에 걸쳐 나타나기 시작, 73년의 1차 석유 파동으로 수익성이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석유 화학의 원료면에서 강점을 가진 석유 회사들이 일제히 합성수지, 합성수지 원료 부문에 진출하고 화학 회사들도 플랜트 대형화를 추진하게 되면서 뒤퐁의 수많은 제품이 박리다가의 와중에 휩싸이게 됐다.
1,2차 석유 파동 중 석유 회사들과의 원료 확보 문제로 크게 고전을 겪은 뒤퐁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한 단안을 내렸다 .미국 제9위의 석유 회사인 코노코를 모빌·시그램등 경쟁사와 3파전을울 벌인 끝에 매수에 성공한 것. 코노코는 미국 내에 3억9천만 배럴의 확인 매장량을 가진 외에 캐나다 리비아·인도네시아·북해 등에서 석유를 생산해 내는 회사.
석유 뿐 아니라 석탄도 생산하고 있으며 확인 매장량이 1백29억t으로 미국2위에 랭크돼 있다. 코노코의 매수는 석유 가격의 통제 철폐와 85년부터 천연 가스 가격이 자유화되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뒤퐁이 기업 중에서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하고 전문 연구진의 신제품 개발로 성공을 이루는 등 경영전략에서 크게 앞선데는 「바크스데일」의 공이 크다. 「경영의 천재」로 불리는 「바크스데일」은 버지니아대 출신의 토목기사로 철도 건설에 참여하던 중 초창기 뒤퐁에 입사했다.
「바크스데일」은 관리 기술을 개발하는데도 천재적 소질을 보여 경제적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제품의 「표준화」를 주장, 다양성을 실질적으로 최소화해 표준 품에서 다양화된 특별한 주문에 대해서는 고객이 그 추가 액을 부담하게 했다.
그의 가장 큰 업적 중의 하나가 과학의 각분야 박사 학위자 들을 고용한 것이었는데 비록 연구 기간이 오래 걸리고 그 결과가 몇 년 후에 나타나더라도 회사의 생산라인에 근본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와 자금 투자를 충분히 했다는 점이다. 현재 뒤퐁은 1903년에 설립된 「익스페리멘틀 스테이션」이라 불리는 중앙 연구소를 주축으로 전 세계에 72개의 연구소와 5천여명의 연구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81년 코노코의 매수를 계기로 뒤퐁은 경영 체제를 일신했다.
연구 개발에 중점을 두어 뒤퐁 입사 후 연구 부문에만 종사해 온「E·G 제퍼슨」을 회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신 소재의 발명만이 기업의 살길이라는 절대 명제가 뒤퐁의 전통을 깨버린 일대 혁신이었다.
뒤퐁은 가족 경영 형태가 특징이다. 뒤퐁에 뒤퐁가외의 사람이 최고 경영자에 취임한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60년대 말부터 떨어진 수익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이유가 1백70년 뒤퐁 전통을 깬 계기였다.
74년 회장에 앉은 「어빙 샤피르」는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저가 공세를 취해 결과적으로 합성 섬유 업계의 질서 안정에 기여했다.
그는 또 뒤퐁 고유의 고배부 정책을 수정, 배당률을 낮추고 연구 개발에 역점을 두었다. 「샤피르」회장은 인재 제일 주의를 더욱 강화, 신입 사원의 7일∼3개월간 기초 소양 교육외에 매년 2,3월 각 부서별로 상관과 부하가 마주 앉아 지난 1년간의 실적과 능력, 적성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잠재능력이 인정되면 향후 10년간 장기 계획을 수립, 각종 위탁 교육을 시키는 등 인재 확보에 열을 쏟고 있다. 인사 고과는 철저한 실력 위주의 메리트 시스팀으로 평가 보수와 진급을 결정한다.
뒤퐁의 연구 개발에 대한 절대 투자액은 매년 늘어났지만 79년 대 매출액 비율 3.3% 였던 것을 80년에는 전년비 17% 증가인 4억8천4백만 달러로 높이고 81년에는 6억6천6백만 달러로 증가시켰다.
또 사장직을 없애고 부회장 2명을 두어 회장과 부회장 3명으로 구성되는 회장실을 신설했다. 코노코는 뒤퐁 전액 출자 회사로 회장실 직할로 운영되며 부회장에는 구 뒤퐁을 통괄하는「헤커트」전 뒤퐁 사장과 코노코를 통괄하는「베일리」전 코노코 사장이 임명 됐다. 이와 함께 이사회의 멤버도 31명으로 증원했다.

<인재제일주의 강화>
「제퍼슨」회장은 취임 이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대규모 연구소를 설치하면서 제약및 생물 공학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90년대를 향한 중요 과제는 생명 공학, 특히 유전자 교환 세포 융합 세포 대량 배양 바이오리액터로 대별되는 바이오 테크놀러지라고 선언, 기존 연구 시설 확장 비용으로 8천5백만 달러를 투입하고 1천4백명의 연구원을 확보했다.
이미 이방면에는 벤처비즈니스등 선발기업이 2천년대 5백억∼1천억 달러의 시장을 겨냥,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직력 자금력 인재에 뛰어난 뒤퐁의 사업 전개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세계 최고급의 연구 시설과 풍부한 인재의 뒤퐁이 바이오테크놀러지에서 또다시 옛날의 화약, 나일론 시대에서 얻은 영광을 되찾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설립 2백년을 맞는 뒤퐁의 각오는 대단하다.
또 명실공히 세계 화학 공업계의 최고봉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특히 바이오테크놀러지를 중심으로 한 독창적 신제품의 개발은 뒤퐁은 물론 인류 과학사의 신기원을 이룩하는 거대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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