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덥네"…때이른 폭염에 '찜통도시' 대구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찜통도시-. 여름철 대구에 붙는 수식어다.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기 때문이다. 폭염에 단련이 된 시민들은 웬만한 더위에도 눈 깜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는 ‘5월의 폭염’에는 혀를 내두른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대구의 기온은 지난 24일 31.1도로 올 들어 처음으로 30도를 넘어선 데 이어 25일 31.7도 26일 34.3도 등 28일까지 30.5∼34.3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2∼31.9도보다 2.4∼3.3도 높다.

지난 28일 오후 5시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한낮이 지났지만 수은주는 여전히 30도를 가리키고 있다. 평소와 달리 산책하는 이들도 거의 없다. 파고라(지붕에 넝쿨 등이 덮인 구조물) 아래 벤치에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누워 있다. 박기수(73)씨는 “단독주택에 사는데 집이 달아올라 오후엔 공원에 온다. 아직 5월인데 왜 이렇게 더우냐”며 연신 부채질을 했다. 그가 앉아있는 벤치에는 쿨링포그(Cooling fog)시스템이 가동됐다. 길이 80m의 파고라 지붕 양쪽 끝에 설치된 노즐 190개에서 안개처럼 미세한 물방울이 뿜어져 나온다. 이 물방울이 증발하면서 열기를 빼앗아 주변보다 온도가 3∼5도 낮아진다고 한다.

대구시에는 비상이 걸렸다. 우선 국채보상공원, 2ㆍ28기념 중앙공원 등 도심 공원과 중앙로 보도에 있는 분수ㆍ쿨링포그시스템 11곳의 가동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8시까지로 각각 1시간씩 늘렸다. 간선도로인 달구벌대로의 9㎞ 구간에 설치된 클린로드시스템도 하루 2회에서 4회로 늘려 가동하고 있다. 클린로드시스템은 간선도로 중앙분리대에 노즐을 설치하고 도로 아래 지하철 터널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도로에 뿌려 지열을 낮추는 장치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환자 감시체제도 지난해보다 1주일 빠른 24일부터 가동하고 있다.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 일사ㆍ열사병 환자의 진료체제를 갖추고 환자가 발생하면 대구시에 즉시 보고토록 한 시스템이다. 류현욱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더위에 따른 탈진은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며 “물을 많이 많이 마시고 장시간 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준석 대구시 자연재난팀장은 “다음주부터 공원을 돌며 시민들에게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만든 350mL짜리 수돗물 병을 하루 4000개씩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사진 설명 : 28일 오후 대구시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벤치에 누워 있다. 벤치 양쪽 옆에 설치된 쿨링포그시스템에서 미세한 물방울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다. 기온을 낮추기 위한 장치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