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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의 경제개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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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은 20일 3중전회를 열고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대거도입한 「경제정책개혁에.관한 결정」을 채택했다.
이것은 현재의 등소평-호요방 체제의 실용주의 경제노선을 집대성한 향후의 중공경제 운영지침이기도 하다.
이번「결점」은 석유·석탄등 원자재가격과 농산물의 소매가격을 올려 불합리한 가격체계를 개혁하고, 중앙의 통제를 완화하고 공장장의 권한을 확대하여 자율경영의 폭을 넓히며, 기업간의 경쟁을 촉진하여 시장에서의 소비자의 평가에 따라 우수한 기업만 살아남게 하고 임금평균주의를 지양, 우수한 근로자를 우대한다는것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공은 이번 결정을 통해 중공의 도시경제(상공업)가 부진했음을 시인하고, 문제점은 낮은 생산효율과 불합리한 가격체계로 인한 지나친 낭비, 과도한 중앙통제에 의한 기업의 비활성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점」에서 특히 눈에 띄는것은 완전한 균등은 있을수 없다는 전제하에 모든 인간의 동시번영, 공동번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평등주의는 공동빈곤을 초래할 뿐이며 따라서 지역·직종·직급에 따른 임금격차는 당연하다고 강조한 점이다. 이것은 노동의 질에 상응하는 분배를 보장한다는 뜻이다.
중공당국은 가격인상이 생산코스트를 높이고 인플레를 자극할 요인이 있지만 그것도 기업경영의 합리화와 소비자의 소득수준 보장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결점」은 또 개혁의 성공을 보장키위해 당의 지도체제를 강화하고 외국과의 경제·기술교류도 확대할것임을 확인했다.
이같은 중공의 일대 개혁은 그동안 농촌경제의 성공에서 얻은 성과와 교훈을 낙후를 면치못하고있는 도시경제에 적용하여 4대근대화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하려는데 근본 목적이 있다.
중공은 이번 개혁을 가리켜 사회주의를 중국적 특성에 맞게 발전시킨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사회주의의 범위를 벗어난 준자본주의라고 할만한 대전환이다.
사회주의경제는 빈곤의 제거를 지상과제로 하여 출발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치고 빈곤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한 나라는 없다.
사회주의 종주국이라는 소련 자신도 십월혁명 직후에는 재산의 국유화, 국가의 경제통제 강화등을 내용으로하는 전시 공산주의 체제를 실시했었으나 국민의 반발, 생산의 위축에 직면했다.
그래서 실시된것이 이른바 신경제정책(New Economic Policy=NEP) 이다. 이것은 사유재산과 개인기업의 일부를 허용하는 것으로, 공산주의로부터 자본주의로의 수정을 의미했다.
이번 중공의 자본주의적 경제개혁은 소련의 「신경제정책」과는 다르다.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적 경험국인 소련의 그것은 공산주의화의 과속에 따른 약2년간의 시행착오를 토대로한 일시적인 수정, 부분적인 복xx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공의 경우는 30여년간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한 대폭적인 전환일뿐 아니라 거기엔 시한성이 배제된 영구적인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공의 개혁은 어떤 면에서 수검이론 (Convergency theory)의 실험내지 검증과정이 될것이다.
수렴이론이란 동서세계가 이데올로기차이 때문에 서로 이산화·양극화돼 있지만 다같이 공업화를 추진하고 있기때문에 결국은 유사한산업사회로 동질화한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는 그 병폐와 부작용때문에 자체 수정을 거쳐 사회주의 요소를 도입하지 않을수 없고, 사회주의·공산주의도 같은 이유로 자본주의 요소의 도입이 불가피하기때문에 접근과 공존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중공이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모택동 말기부터였다. 등소평 실각후 이런 경향은 한때 후퇴했었으나 4인방제거, 등소평복귀후 재개됐다가 이번에 그 청사진이 완성돼 본격화하게 된것이다.
이같은 중공의 전환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는것은 북한일 것이다.
북한은 공산국가 가운데서도 가장 자본주의와 거리가 먼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해왔다. 그 어느나라보다도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철저한 폐쇄적인 교조주의 사회이다.
최근 중공식 모델을 모방코자하여 중공의 합변법을 본떠서 합영법을 만들고 미국·일본·프랑스등 자본주의 선진국과의 경제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측이 제의한 남북경제회담에 호응한것도 그런 맥락에서 파악된다.
그러나 아직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북한의 여망에 쉽게 호응치 않고 있으며 북한 자신도 자본주의요소를 수용할 태세가 미흡하다.
중공의 개혁은 이같은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동북아의 정치질서와 공산세계의 이념노선에도 중대한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받은 충격은 더욱 클것이다.
북한의 강경파에 의해 고집돼온 남한적화의 군사노선은 한층더 설자리를 잃게 될것이다. 중공의 개혁은 전쟁없는 동북아를 전제로하기 때문이다.
중공의 자본주의적 개혁이 개방주의를 바탕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우리경제에 고무적인 측면도 없지않다. 그것은 시장개방과 기술협력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공의 경제성장은 중진국수준의 우리와 수출경쟁을 불가피하게 할것도 당연하다. 이에 대한 정부와 경제계의 장기대책이 있어야 할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중공의 변화가 정치·외교적인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것으로 기대한다.
중공이 자본주의적 개방정책을 발전시켜 나가면 우리와의 상호관계의 폭은 그만큼 넓어지고 거리는 가까와 질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외교의 당면과제인 북방외교와 통일정책에 새로운 국면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중공이 자본주의적 개혁을 단행한다고해서 공산주의적인 통치체제가 곧 바뀌는것은 아니다.
중공당국은 이번 개혁으로 소유형식이 사유가 아닌 「인민소유」제가 바뀌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일탈한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소련이 「신경제정책」을 처음 채택했을때 서방세계에선 공산주의의 실패, 자본주의로의 복귀라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그후 소련은 다시 공산화를 추진, 지금까지 공산국가로 남아있다.
중공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의 기본 정치질서와 체제를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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