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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파자마도 패셔너블하게 … 멋진 스타일 어디가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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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뉴욕 등지에서 열린 2015 봄·여름 패션쇼에선 많은 디자이너가 실내복과 실외복을 겸할 수 있는 라운지웨어 스타일을 선보였다.

흰색 리넨으로 만든 넉넉한 실루엣의 점프수트(상의·하의가 이어진 옷)를 입은 직장인 김선주(36)씨. 잠옷처럼 보이기도, 외출복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래 집에서 입으려고 샀는데, 가끔 재킷을 걸쳐 실외복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집에서 입는 옷을 살 때, 외출할 때 입어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택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실내복에 공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비단 옷뿐만이 아니다. 앞치마부터 목욕가운까지, 집에서 걸치는 모든 것에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한다. 이른바 ‘홈웨어(homewear) 전성시대’다.

①H&M홈의 화사한 꽃무늬 앞치마. ②,③ 한국 브랜드 에이펑크(afunk)의 주방장갑과 앞치마.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원단으로 제작됐다. ④,⑤ 강렬한 색상대비가 돋보이는
마리메꼬의 주방장갑과 앞치마.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뉴욕 등지에선 매년 초마다 패션쇼가 열린다. 수많은 매체와 전문가들이 쇼를 찾아 그해 유행할 트렌드를 점치곤 한다. 올해는 ‘복고’ ‘데님(청)’ ‘놈코어’ 등이 핵심 키워드로 꼽혔다. 거기에 한 가지 더. 라운지웨어(loungewear·집에서 입는 평상복)가 올해 주목해야 할 키워드에 이름을 올렸다.

많은 디자이너가 약속이라도 한 듯, 편안한 느낌의 라운지웨어 스타일을 제안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체크 무늬의 부드러운 실크 파자마를 선보였고, 드리스 반 노튼은 집에서 입을 법한 러닝셔츠와 트렁크 바지를 입은 남자 모델을 무대 위에 올렸다. 마르니는 손을 모두 덮을 정도로 긴 소매의 상의와 통이 넓은 하의로 실내복인지 외출복인지 헷갈리는 스타일을 연출했다.

독특하고 화려한 의상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패션쇼 무대 위에 파자마를 입은 모델이 등장하다니. 놀랄 만한 일이지만, 명품 브랜드가 라운지웨어에 관심을 보인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샤넬·구찌·디올 등은 일 년에 한 번씩 크루즈쇼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여행·휴식을 즐길 때 입으면 좋을 만한, 편안한 의상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라운지웨어는 하나의 스타일로 각인됐다.

놈코어의 ‘평범함’을 뛰어넘은 ‘편안함’

라운지웨어의 다른 말은 ‘원마일 웨어(one mile wear)’다. 집에서 입는 옷이지만 경우에 따라 1마일 정도 입고 나갈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유기농 면 등 천연 소재를 사용하고,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이 많다.

미국·유럽에선 오래전부터 라운지웨어가 대중화됐다. 대형 의류 브랜드들이 라운지웨어에 큰 비중을 두고 판매전략을 펼친다. 브랜드 갭(gap)의 미국 내 매장에 가보면 실내복 코너가 실외복 코너 못지 않게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은 특히 라운지웨어가 발달한 나라다. 라운지웨어만을 자체 개발, 판매하는 브랜드가 많다. 최근 국내에서도 라운지웨어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실내복을 주력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고, 기성복 브랜드들도 앞다퉈 실내복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3년 전 처음 브랜드를 선보일 때 라운지웨어 라인을 따로 마련했다. 잠옷부터 발열 내복까지, 다양한 실내복을 판매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는 한국에 진출한 2005년, 4개 매장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에 14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2년 이후 매장 63개가 늘었다.

마리메꼬·H&M·자라·니코앤드 등 패션과 리빙을 모두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핀란드 브랜드 마리메꼬는 지난해 코엑스 파르나스몰과 롯데백화점 월드타워점에 대형매장을 선보였다. 마리메꼬의 조순영 마케팅 매니저는 “국내 판매를 처음 시작한 2010년엔 식기 등 리빙제품만 팔렸다. 그런데 최근 1~2년 새 변화가 생겼다. 실내용 티셔츠와 드레스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집 꾸미기 열풍과 SNS가 가져온 변화

라운지웨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잠옷·파자마 등 집에서 입는 옷을 신경 써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는 최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깊다. 얼마 전 결혼한 직장인 김서현(31)씨는 집에서 오가닉 소재로 만들어진 원피스를 자주 입는다. 그는 “SNS에 예쁘게 꾸민 신혼집에서 찍은 사진을 자주 올린다. 그런데 목이 늘어난 셔츠나 몸빼 바지를 입고 찍은 사진은 올리기 꺼려진다. 집에서도 깔끔하게 입고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블로그·SNS를 통한 일상 공유가 생활화된 요즘, 김씨와 같은 SNS 이용자들은 집 안팎의 패션을 모두 놓치지 않는다. 파자마 하나를 입어도 취향에 맞는, 집과 어울리는 것으로 착용한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의 목민경 과장은 “매년 실내복 매출이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집에서 입는 옷에 대한 관심도 저절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영유아복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자신만큼 아이의 스타일도 중요시하는 20~30대 엄마들은 아이를 어린이집·유치원에 보낼 때, 대충 입혀 보내지 않는다.

‘블루독’의 라운지웨어

헌데 외출복을 입히자니 아이가 불편할 것 같고, 내복을 입혀 보내자니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이다. 몇몇 브랜드는 엄마들의 이런 고민을 반영해 실내복과 실외복을 겸할 수 있는 라운지웨어 라인을 선보였다. 영유아복 브랜드 블루독의 최나래 선임은 “요즘 엄마들은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따진다. 내복처럼 편안하면서도 디자인은 세련된 것을 찾는다. 그런 요구에 발맞춰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해 활동성을 살린 영유아용 라운지웨어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앞치마부터 목욕가운까지…집으로 들어온 ‘패션’

집에서도 예쁘게 입고 싶은 욕구는 실내복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세분화했다. 이른바 ‘홈웨어’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 홈웨어란 라운지웨어를 포함해 앞치마·목욕가운·드레싱가운(잠옷 위에 걸쳐 입는 가운) 등 집에서 착용하는 의복을 통칭하는 단어다.

H&M은 지난해 H&M홈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식기·소품뿐만 아니라 리넨 소재의 드레싱가운 등 다양한 홈웨어 제품을 선보였다. 마리메꼬는 앞치마·주방장갑 등을 원단을 달리해 출시하고 있다. 양털 부츠로 유명한 오스트레일리아 브랜드 어그(UGG) 역시 얼마 전 목욕가운과 실내용 슬리퍼를 선보이며 홈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 브랜드들은 한 곳의 매장에서 옷과 인테리어 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패션 코너에선 라운지웨어를, 건너편 혹은 다른 층의 리빙 코너에선 앞치마·주방장갑 등 홈웨어를 판매한다. H&M의 박혜경 매니저는 “외출복을 구매하기 위해 패션 매장에 들렀다가 실내복이나 홈웨어를 구입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홈웨어로 승부하는 국내 신진 브랜드

홈웨어의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사진은 멜트(melt)에서 출시한 수면안대.

홈웨어만으로 승부수를 띄운 국내 신진 브랜드도 눈에 띈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문을 연 에이펑크(afunk)는 기하학적인 패턴과 강렬한 보색 대비가 돋보이는 원단으로 주목 받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앞치마·오븐장갑 등 홈웨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멜트(melt)는 ‘즉각적인 휴가’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휴식과 밀접한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가운·수면안대·파자마가 주력상품이다.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들은 자체 제작한 원단과 톡톡 튀는 디자인을 무기로 내세운 것이 공통점이다.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디지털 프린팅을 전공한 에이펑크의 박하 디자이너는 “그동안 홈웨어만을 독립적으로 판매하는 브랜드는 드물었다. 휴식·여가를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떠오르면서 예쁘고 독특한 디자인의 홈웨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 수요를 반영해 제품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영업 전략을 묻는 질문에 앞서 언급된 대부분의 브랜드가 홈웨어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마리메꼬의 조순영 매니저는 “패션산업이 선진화된 나라일수록 홈웨어가 발달한다. 이미 홈웨어 시장이 확고히 자리 잡은 미국·일본처럼 계절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한국형 홈웨어 제품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신도희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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