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문여는 원자력 병원|"암"전문치료·종합병원 구실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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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암치료 전문의료기관인 원자력병원이 22일 서울 공릉동 한국 에너지 연구소 내 신축 건물로 옮겨 새롭게 문을 연다.
지난 63년 12월 방사선 의학연구소를 모체로 20병상규모에서 출발한 원자력병원은 당시 국내 최초로 코발트60을 이용한 암 치료기를 도입, 암 전문병원으로 국내의 암 환자 치료에 큰 몫을 해왔다.
개원 20주년을 맞는 올해까지 원자력병원은 암 치료뿐만 아니라 내과·외과·산부인과 등 8개과를 두고 하루 7백여 명의 진료능력을 갖춘 종합병원의 구실도 해왔다.
새롭게 문을 여는 원자력병원의 암치료 설비 및 일반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공릉동 새건물은 지난 81년 12월에 착공했다. 3백8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하2층·지상7층규모로 5백병상을 갖추고 하루 3천명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되며 산하에 암 병리 연구실 등 7개 연구실에서 전문 암 연구센터의 역할도 맡게된다.
윤탁구 원자력 병원장은 앞으로 운영방향에 대해『종합병원으로서 일반환자의 진료를 하는 암 전문치료기관으로서의 기능도 함께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새건물의 개원을 계기로 원자력 병원은 각종 최신 암 치료 전문장비를 보강했다.
이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은 국내 최초로 도입된 중성자 치료기 NT50. 이 치료기는 중성자 빔을 이용한 것으로 현재 쓰이고 있는 X선이나 전자선 치료기보다 생물학적 특성이 2·5∼3배나 강하다. 즉 같은 양의 방사선으로 세포를 죽이는 힘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산소결핍세포에도 정사효과가 떨어지지 않아 일반적으로 산소가 적은 암세포에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기는 산소가 적은 암세포에는 잘 듣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이 중성자 치료기는 개발된지 얼마 안되는 첨단제품으로 미국에 10여대, 일본에 2대밖에 없는 것. 이 치료기의 특성을 살려 앞으로 산소결핍세포를 많이 가지고 있는 타액선암·전립선암·두경부암·식도암등의 말기암 치료에 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밖에 일반암 치료기로 마이크로트론이 2대 설치된다. 이 마이크로트론의 특징은 가속에너지가 22MEV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강력한 것이다. 또 기존의 종합병원에서 쓰이고 있는 선형가속에 의한 전자빔 발생장치는 정해진 에너지밖에는 낼 수 없으나 이 마이크로트론은 2∼22MEV까지 12단계의 강하고 약한 에너지를 각각 낼 수 있어 암의 진행정도에 따라 적정한 양의 전자빔을 쐬어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암의 조기진단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포지트론 카메라도 설치된다.
기존의 X선 촬영장치는 암의 발생부위만 알아낼 정도였지만 이 포지트론 카메라는 인체의 생화학적 신진대사 과정까지를 사진으로 나타내 암세포가 형성되기 이전의 신진대사기능이상을 알수있어 조기암 발견을 가능케 한다.
또 발암부위를 수술할 경우 주위까지 암세포가 확산됐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 암세포만을 떼어냄으로써 수술 후 재발하는 비율이 높지만 이 카메라를 이용하면 발암부위뿐만 아니라 암 세포 생성가능이 있는 주변부위의 기능이상을 알 수 있어 완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이 카메라는 췌장·간·폐·심장 및 뇌의 암 발생여부 뿐만 아니라 정신분열증·조울증 등의 뇌기능 장애등의 진단에도 이용할 수 있다.
일반환자들이 원자력병원을 이용하는 절차와 방법 및 진료비는 종합병원과 같다. 이 병원에서 운영하는 암조기진단제도에 가입하면 카드로 병력이 보관되며 남자에게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위암, 여자에게 가장 빈도가 높은 자궁암은 매년 한 번씩 연락해 정기진단을 받을 수 있다.
지방환자들은 원자력병원까지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만약 지방에서 1, 2차 진료를 받아 암이라고 판명된 경우 보사부가 지정한 서울의 3차 진료기관은 서울대병원과 국립의료원등 2곳이므로 원자력병원에 와도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원자력병원은 개원은 했으나 마무리 공사가 끝나지 않아 11월 하순까지는 현재의 정동건물에서 진료를 하게되고 새 건물에서의 진료는 11월 하순이 넘어야 가능하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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