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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까지 속여 26억 상당 토지 가로챈 70대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제 강점기에 배분돼 소유권이 분명하지 않은 토지를 법원까지 속여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허위 문서를 이용해 주인이 불분명한 토지를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김모(78)씨를 구속하고 안모(6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1년 12월 피해자 안모(63)씨 소유의 경기도 고양시 소재 땅 1만 3020㎡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토지는 공시지가로 26억여원에 달했다.

등기되지 않은 조상의 땅을 후손들에게 찾아주고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로 활동해온 김씨는 토지소유주가 해외에 있는 ‘사정토지’를 노렸다. 사정토지란 1910년대 토지조사사업 당시 소유주를 정한 땅으로 이중 상당수는 등기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다. 소유주의 후손들이 관계를 증명할 경우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피의자 안씨가 피해자와 성이 같고, 모 종중 회장을 지냈다는 점을 노리고 범행을 꾸몄다. 김씨는 안씨에게 ‘해당 토지가 종중회 소유였고, 이를 1993년 3월1일자로 김씨에게 처분했다’는 내용의 허위 종중처분결의서와 매매계약서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론 피의자·피해자 두 안씨는 생면부지의 사이였다.

이후 김씨는 2011년 위조한 서류를 이용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김씨는 2013년 당시 공시지가 26억원에 달했던 토지를 14억여원에 서둘러 팔았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소송 당시 종중 회장이었던 안씨 앞으로 소장이 송달되도록 한 뒤, 피고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만 받아들여지는 ‘의제자백’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관리인에게 땅을 맡기고 미국으로 이주했던 피해자 안씨가 관리인에게 이 사실을 알고 지난해 11월 김씨 등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토지조사사업 당시 소유자가 정해진 상태로 있는 사정토지 중 보존등기가 돼 있지 않은 부동산의 관리자나 소유자는 신속하게 소유권보존등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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