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급시설」에 군영은 미숙 | 65회 대구전국체전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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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긍지높은 시민의식과 차분한 운영으로 품위를 높인 제65회대구체전은 86아시안게임을 불과 2년앞둔 싯점에서 값진 발자취를 남겼다. 특히 9년만에 전국체전을 연 대구의 시당국과 시민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시민들이 협력, 질서체전의 본보기를 남긴것이라든지, 거리의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말쑥하게 단장한 것이라든지, 흥분과 감동을 분출시킨 개회식행사 피날레의 극적인장면, 유례드문 신기록의 양산(양산)등 두드러진 수확을 거두었지만 축제적 요소못지않게 2년후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의 개최국으로서 전국체전의 운영및 곳곳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앞으로의 교훈을 남겨주기도했다.
컴퓨터체전- 이것은 아사안게임과 올림픽개최를 앞두고 매우 주요한 이슈다.
그러나 각종경기기록의 전산화작업은 작년 인천체전에 이은 두번째 시도임에도 원시적상태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설의 이용에 대한 관계자들의 미숙이 문제. 경기요원들이 전혀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컴퓨터는 실제로 무용지물 (무용지물) 이나 다름없었다. 전화연락에의한 기록의 수집과 집계보다 더 비능률적이었기 때문이다.
시설자체도 아직은 초보단계고 각 터미널의 단말기 키를 두드리면 필요한 자료가 3초만에 나오는 것이 정상이나 체전컴퓨터는 메인컴퓨터가 서울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전파가 서울을 다녀오느라 3분이나 소요되기 일쑤였다. 신속이 결여된 컴퓨터는 아예 컴퓨터일수가없다. 체육관계 요원들의 훈련이라는 명제가 다른분야에서도 적지않게 강조되어 왔다. 경기와 경기장의 운영은 10년전이나 다름없이 산만하고 어지럽다. 최근 질서확립이 강조된 이후 판정시비의 소란이나 폭력행위가 사라지고 관중들의 매너도 개선된것만은 분명하지만 변두리 경기장이『시장바닥 같다』는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각 경기단체의 임원들이 자신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이 이러한 폐풍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구체전은 대회신기록 5백14개를 작성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여기엔 허구가 많다. 매번 개최되며 65년의 연륜을 쌓은 전국체전이 육상·수영·사이클·역도·양궁·사격등 6개 기록경기에서 종전의 이 대회최고기록을 실제로 5백14회에 걸쳐 경신했다면 한국스포츠는 한햇동안 혁명적인 성장을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것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특히 1백21개의 대회신기록을 냈다는 육상의 경우 기준(종전) 기록을 자의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선수와 육상팬을 다분히 기만하고있다.
올림픽보다 더많은 선수가 출전한 반면, 경기일정은 2분의l도 안되므로 경기진행에 무리가 따를수밖에 없다.
국민걱 축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적인 비대가 꼭 가치없는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의 차원에 치중하면 양적인 재조정과 경기운영의 합리화로 체전의 질적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높다.
【대구=체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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