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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환자 진료했던 의사도 감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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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의료진 감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국내 메르스 환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질병관리본부 김영택 감염병관리과장은 26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씨(68)를 진료한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 세 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던 다른 환자 등 4명이 발열 증세를 보여 국가 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이 중 50세 의사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간호사(46)는 음성으로 나왔다. 나머지 31세 여자 의사와 34세 남성 환자는 검사가 진행 중이며 27일 오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발병한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자택 격리자 63명에 속한다. 질병본부는 다섯 번째 환자인 의사의 부인과 딸도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자택 격리조치했다. 이번에 감염된 의사는 첫 번째 환자 A씨가 17일 세 번째로 들른 서울 소재 의원의 원장(의사)이다.

 자택 격리자의 대다수가 의료진이어서 의료진 감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질병본부 김영택 감염병관리과장은 “자택 격리자의 80~90%가 의료진”이라며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많다”고 말했다.

 메르스는 환자 2m 거리에서 1시간 이상 긴밀하게 접촉할 때 비말(飛沫·침방울)을 통해 바이러스를 옮긴다. 의료인들은 밀접한 거리에서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으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1142명(한국 제외)이며, 이 중 15% 정도가 의료진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현재의 자택 격리자 61명이 원할 경우 우선 인천공항 검역소의 격리시설에 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고열 증세가 있을 때만 들어갈 수 있었다. 네 번째 환자가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격리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일자(본지 5월 26일자 12면) 방침을 바꿨다.

 질병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가 격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건요원을 더 배치하고 그게 용이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격리 시설로 안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 대상자의 체온 기준을 38도에서 37.5도로 낮췄다. 상급종합병원 40 곳에는 향후 두 달 동안 원인 미상의 호흡기 질환 환자가 진료를 받을 경우엔 곧바로 보고하도록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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