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30%를 잡아라…한인마켓 '최저가 전쟁'

미주중앙

입력

한인마켓들이 일제히 세일을 시작한 14일 LA한인타운 한남체인에서 손님들이 파운드에 2.99달러로 대폭 세일로 나온 매실을 골라 담고 있다.

목요일부터 4일 열전
마진 거의 없이 원가 공급
매주 60~70개 상품 내놓아

'울며 겨자먹기' 고민
세일 품목만 골라서 구입
새상품 들여놓기 만만찮아

한인타운에서 일하는 40대 남성 주부 안천기씨는 목요일 아침이면 꼭 신문을 챙겨본다. 모든 한인마켓들이 일요일까지 주 4일 세일에 돌입하며 신문에 싣는 세일 광고를 보기 위해서다. 2년여 세일 광고를 열심히 보다보니 이제는 쌀, 라면, 김, 커피믹스, 야채, 생선 등 웬만한 생필품의 보통 세일 가격은 줄줄이 꿰는 수준이 됐다. "이번 주는 깐마늘 5파운드 한 봉지가 8.99달러에 나온 거랑 잎깻잎 7단이 99센트, 빨강 옥수수 5개가 99센트, 빼빼로 3개가 99센트 그리고 김 16개 들이 한 봉지가 3.99달러에 나온 것이 눈에 띄네요. 김은 평상시 세일땐 3개가 1달러인데 16개가 3.99달러면 1달러50센트 정도가 싼 셈이고 빼빼로도 보통 세일때 2개가 99센트인데 3개를 99센트에 내놨으니 이럴 때 사둬야지요."

세일을 따라 움직이는 손님을 잡기 위한 한인마켓들의 최저가 전쟁이 치열하다. 마켓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한인마켓들은 세일에 관계없이 늘 오는 고정고객을 70~80%,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부동층 손님을 20~30% 정도로 보고 있다. 가격에 민감한 손님을 잡기 위한 미끼 상품을 광고로 알리고 이들 상품은 대부분 마진 없이 원가로 내놓는다.

H마트 마당몰점의 최성호 지점장은 "세일한다고 내놨는데 다른 마켓보다 1달러라도 높으면 '왜 비싸냐'고 항의하는 손님들이 있다"면서 "마켓 세일 아이템이 겹쳐질 수 있고 가격 비교가 되니까 원가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 지점장은 "마켓마다 쌀은 20파운드 한 포에 8.99달러로 팔고 있는데 지난 주 한 마켓이 7.99달러에 치고 나왔어요. 받는 가격은 뻔한데 그건 원가 이하로 내놓은 것"이라며 "쌀은 손님을 끄는 가장 중요한 품목 중 하나여서 우리도 대응을 해야 할 지 본사와 협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켓들이 매주 세일로 내놓는 품목은 보통 60~70개다. 야채, 과일, 생선, 육류,가공식품 등 분야별로 서너개씩 겹치기도 하지만 시온마켓은 주로 야채와 과일, 한남체인은 수산물과 육류, 갤러리아 마켓은 가공식품이 품목이 많고 세일 폭도 크다.

한인마켓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주류 마켓보다 가격이 훨씬 싸다. 지난 14일 랠프스와 한남체인을 찾아가보니, 랠프스에서 1개에 99센트에 파는 망고가 한남체인에서는 8개들이 한 박스에 3.99달러에 나와 있었다. 품질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값만 따지면 한인마켓이 2배나 쌌다. 갤러리아 마켓은 4.99달러, 시온마켓은 2.99달러였다.

랠프스 아시안 섹션에 놓여있는 신라면 4개들이 패밀리 팩은 4.99달러의 정가 옆에 세일가 4.69달러가 붙어 있었다. 한남체인에서는 같은 제품을 3.99달러에 팔고 있다. 김도 랠프스에서는 3개들이 한 봉지가 1.69달러가 나와있지만 한남체인에서는 99센트에 세일하고 있다.

한남체인의 구정완 사장은 "경쟁이 워낙 심해 저가 승부를 벌일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품질이 안 좋다는 소문이 돌면 결국은 고객을 잃게 된다"면서 "세일 품목은 어차피 손해보고 파는 건데 장기적으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최상품으로 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낙 자주 세일을 하다보니 세일 가격이 정가처럼 여겨져 평상시 쇼핑을 자제하고 웬만한 세일가에는 꿈쩍 않는 손님도 늘고 있어 마켓들도 고민이다. 한 마켓 관계자는 "식품업계나 마켓이나 연 마진이 25% 정도는 나와야 회사가 돌아가는데 세일 품목만 뽑아서 사가면 마켓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가격 경쟁 때문에 한국에서 웰빙을 표방해 만든 신제품이나 프리미엄 제품은 들여올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글·사진=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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