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 속으로] 크리스티 “고맙다, 차이나머니” … 한 주간 1조8900억어치 팔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11일 뉴욕에서 ‘알제의 여인들’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에 팔렸다. 그 외에도 ‘별들’이 줄줄이 거래된 한 주였다. [사진 크리스티]

17억2600만 달러(약 1조8900억원), 지난주 뉴욕 크리스티가 경매한 미술품 804점의 총액이다. 11일(현지시간)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이 1억7937만 달러(약 1955억원)로 세계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고,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66)의 청동상 ‘포인팅 맨(Pointing man)’은 1억4129만 달러(약 1540억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조각품이 됐다. 이틀 뒤 경매에선 마크 로스코(1903∼66)의 ‘10번(No.10)’이 8192만5000달러(896억3400만원), 앤디 워홀(1928∼87)의 ‘채색한 모나리자’가 5616만5000달러(614억5000만원)에 팔려나갔다. ‘별들의 경매’가 남긴 기록이다. 뉴욕에서 한 주간 경매한 미술품 총액으로 최고치다. 1만5000명 이상이 경매장에 몰렸고, 100만 달러(10억940만원) 이상 고가에 팔린 것만 147점이었다.

 이유가 뭘까? 현장을 내내 지켜본 배혜경 크리스티 서울사무소장은 “좋은 작품은 희소성이 높으니까”라며 “크리스티는 대개 인상파 경매로 시작해 시차를 두고 전후미술로 이어간다. 그 공식을 벗어나 한 주에 경매를 모은 공격적 전략이 성공했다. 마침 프리즈 아트페어 기간이어서 많은 이가 뉴욕에 왔다”고 말했다. 실제 응찰은 전화로 이뤄졌다.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을 차지하려 마지막까지 경합한 것은 크리스티의 아시아 담당자와 영국 담당자였다. 한 손엔 전화, 한 손엔 패들을 들고 고객을 대신한 두 사람 중 승자는 영국 쪽. 이 때문에 경매장의 많은 이가 피카소의 새 주인이 유럽이나 미주 쪽 컬렉터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뉴욕에서 열린 경매에 크리스티의 아시아 담당자들도 바빴다.

왼쪽부터 로스코 ‘10번’, 피카소 ‘여인상’, 워홀 ‘채색한 모나리자’, 몬드리안 ‘구성3’. [사진 크리스티]

 ◆서구 근대미술에 눈뜬 중국 부호들=서울옥션의 최윤석 이사는 “차이나 머니를 빼놓고는 미술시장의 열기를 설명할 수 없다. 한동안 치바이스(齊白石)의 수묵화나 골동품의 가격을 끌어올리던 중국 부호들이 서구 근대 미술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유명세를 치른 컬렉터들도 있다. 중국 완다(萬達) 그룹의 왕젠린(王健林·60) 회장은 2013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피카소의 ‘클로드와 비둘기’(약 310억원)를 구입한 데 이어 최근 피카소의 ‘자화상’, 모네의 ‘수련’을 샀다. 미술에 관심 없어 보이던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云·51) 회장도 지난 3월 아트 바젤 홍콩의 VIP 프리뷰에 후드티 차림으로 나타났다. 마치 1980년대 일본 경제 호황기의 서구 인상파와 근대 미술 수집붐을 연상시킨다. 1990년 일본 제지회사 다이쇼와(大昭和)의 명예회장 사이토 료에이(齊藤了英)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반 고흐의 ‘의사 가셰의 초상’을 당시 최고가인 8250만 달러에 구입한다. 같은 해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도 샀다.

 배 소장은 “크리스티는 2013년 상하이 지점 개소로 중국 본토에 진출, 중국인들의 서양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미술정보회사 아트프라이스와 중국의 아트론은 최근 공동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이 37.2%로 미국(32.1%), 영국(18.9%), 프랑스(3.3%)보다 앞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루 한 개꼴로 미술관이 생기는 아시아 시장은 여전히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S BOX] 크리스티, ‘알제의 여인들’ 한 점 거래로 수수료 212억 챙겨

“1억6000만 달러, 1억6000만 달러. 더 하실 분 계십니까. 낙찰입니다!”

 11일 뉴욕 록펠러센터 경매 현장에서 주시 필캐넌 크리스티 글로벌 부사장이 망치를 두드렸을 때 가격 은 1억6000만 달러. 그러나 ‘알제의 여인들’의 공식 판매가는 1억7937만 달러다. 낙찰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때문. 즉 크리스티는 ‘알제의 여인들’ 한 점 거래로 1937만 달러(약 212억627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통상 경매가는 수수료를 포함해 집계한다. 크리스티의 경우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낙찰가에 누진 적용한다. ‘알제의 여인들’을 예로 들면 10만 달러까지 25%의 수수료를 매기고, 200만 달러까지 20%를, 나머지에 12%를 적용했다. 따라서 ‘알제의 여인들’의 수수료는 12%를 약간 웃돈다. 그림을 갖고 있다가 경매사에 판매를 위탁하는 경우는 어떨까. 대개 6∼10%의 수수료를 내지만 유동적이다. 이번처럼 희귀작을 내놓을 경우는 0%였을 거라는 게 미술계 중론이다. 국내 경매의 경우 서울옥션은 낙찰자에게 낙찰가 5000만원까지 15%, 1억원까지 12%, 그 이상이면 10%의 구매 수수료를, 위탁자에겐 10.5%를 받는다. K옥션은 낙찰 수수료 15%, 위탁 수수료 10%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