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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세상에 단 한 사람,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의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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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나에겐 아내가 있다
전윤호 지음, 세종서적
200쪽, 1만2000원

‘언젠가 아내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내 어디가 좋았느냐고. 그런데 참 뜻밖의 답을 들었다. 오만스러울 정도로 세상에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이 맘에 들었단다. 가엾은 아내여, 그건 내 연기에 속은 것이다. (중략) 나는 당신에게 숨어서 당신을 파먹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미약한 존재다. 그러니 어찌 당신이 나의 모든 것이 아니겠는가.’

 전윤호 시인의 아내를 위한 시 산문집이다. 부제는 ‘세상 내 편인 오직 한 사람,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이다.

 부부들이 일상에서 희로애락을 버무리는 과정은 다들 비슷하다. 어느 날은 생활의 무게를 두고 티격태격하다 어느 날에는 자식 문제로 고민을 나눈다. 어느 날에는 등을 돌리고 잠을 자다 어느 날에는 서로 극진히 아끼는 마음이 샘솟는다. 켜켜이 쌓여가는 먼지처럼 세상의 부부들은 서로 의지하며 오늘을 또 살아낸다.

 저자에게도 아내가 있다. 자신의 상처와 못난 결점을 무한히 감싸준, 그래서 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특히 저자에게는 어린 시절 엄마와 이별한 상처가 있다. 저자가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엄마의 부재에서 오는 근원적인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저자는 시와 산문을 통해 아내의 고된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또 아내에게 평소 미안하고 고마웠던 마음을 부끄럽게 내비친다. 저자의 고백에는 온갖 화려한 연애편지보다 더 진한 애정이 배어 있다. 글과 어우러지는 흑백의 연필 그림은 감동을 극대화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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