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본격 입주 시기 주택시장이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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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 꺽일 것 같았던 주택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신규 분양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는다. 게다가 기존 주택 매매량도 크게 증가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은 전세 거래량을 훌쩍 뛰어넘었다. 통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처음 벌어진 현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달 들어서도 20일 현재 매매량은 전세보다 40% 가량 많다. 아파트 매매량이 전세 물량을 앞질렀다는 것은 그만큼 구매수요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전셋값이 너무 오르자 월세로 돌아선 수요가 늘어난데다 아예 집을 산 경우가 크게 증가한 때문이다. 아무튼 기존주택 시장이 활발해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동안 신규 아파트 분양현장에는 활기가 넘쳤으나 기존 주택시장은 생각만큼 화색이 돌지 않았다. 집을 팔고 싶어도 거래가 안돼 애태우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3월부터 기존주택 시장에도 온기가 돌았다. 올들어 4월까지 전국의 주택매매량은 39만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1.5% 늘었다. 서울은 6만8000여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9% 증가했다.

 그런데도 일반 수요자들에게 느껴지는 주택시장의 감도가 여전히 냉랭한 이유는 뭘까.

 시장의 열기가 전반적으로 골고루 전달되지 않아서다. 지역과 유형에 따라 차별적인 시장이 형성돼서 그렇다. 인기지역에서는 중소형 주택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대형 주택이나 수도권 외곽지역의 기존 주택시장은 여전히 싸늘하다. 인기지역이라도 주택 매매량이 계속 증가할 수는 없다. 수요는 한정돼 있다. 구매수요가 집을 살만큼 다 산 후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높은 전셋값에 반발해 다세대·연립주택까지 매입할 정도의 강한 구매 광풍은 계속될 수 없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유계층들이 임대용 주택을 사들이고 있어서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상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자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는 수요가 많아졌다. 이들이 본격적인 구매수요로 돌아서면 주택시장은 또 한번 활기를 뛸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이 문제다. 임대주택 구매수요까지 다 소진된 뒤의 주택시장은 암울해질 것 같다. 신규 주택이 너무 많이 공급돼 이를 받쳐줄 수요가 부족하다. 2011년부터 주택공급량은 정부 목표치를 초과했다. 지난해는 목표 37만4000가구보다 14만1000가구 더 많이 건설됐다. 2013년도에도 7만가구를 초과 달성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목표량 기준을 인·허가량에서 준공 물량으로 바꿨다. 계획물량은 43만4000가구다.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시장이 확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입주 예정자는 기존 집이 안팔려 아우성칠지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세밀한 수급 진단을 통해 주택시장 쇠락을 막아야 한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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