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탄소배출권 거래제, 환경 이전에 경제도 생각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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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시행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둘러싼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산업계는 20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탄소배출권을 재할당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50여 개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할당량 산정이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을 2020년까지 전망치 대비 30% 줄인다는 계획에 따라 기업들마다 탄소배출 가능량을 할당했는데, 기업들은 “할당목표치가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의 탄소 감축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중국·미국·인도·러시아·일본 중 미국·일본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뿐 전면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전면 시행하는 나라는 독일과 한국뿐이다. 그래서 업계는 경쟁국에 없는 제도로 인한 추가 부담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제조업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에 당당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국인 데다 기후변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미래전략이 있다. 이것이 다른 나라 수준을 봐가며 따라가는 ‘반응국가’가 아닌 ‘선도국가’가 돼야 하는 이유다. 또 현재 진행 중인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계획에는 이전 체제에 냉담했던 국가들도 동참하고 있다. 정부가 선명성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하는 데는 이런 사정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환경 선도국이 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탄소배출권은 환경 문제이기에 앞서 경제 문제다. 모든 부담을 기업에 지워선 안 된다. 일본은 대외원조(ODA) 형태로 후진국 현지 공장에 일본산 탄소저감기술을 적용하고, 여기서 감축한 부분만큼을 수입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지구적 탄소배출도 줄이고, 기술도 수출하니 일석이조다. 우리 정부도 무조건 돈으로 거둬가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저감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이를 사서 후진국에 원조해 감축 목표를 채우는 등으로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기술은 선도하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